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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판의 미로"

by kirang 200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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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개봉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스페인 내전이다. 정부군과 인민전선군이 죽고 죽이는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동화를 좋아하는 소녀 오필리어가 겪는 환상적인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오필리어는 산 속 정부군 주둔지 옆에 있는 고대의 유적에서 '판'이라는 이름을 가진 반인반수의 수상쩍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판의 말에 따르면 오필리어는 본래 요정 왕국의 공주로, 지금은 비록 인간의 몸을 하고 있지만 보름이 되기 전에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하면 지하 요정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은 오필리어는 죽고 죽이는 싸움에 정신이 없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판이 말한 임무들을 하나 하나 수행하게 된다.

  개봉 당시 "판의 미로"의 홍보 방식은 다소 사기성을 띄고 있었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 류의 꿈과 모험이 가득한 판타지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판타지물을 기대하고 왔던 관객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피튀기는 영상물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절대로 아동용이 아니다. 공포물에 유독 약한 편이기는 하지만, 성인인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것도 신기할 정도로 강도 높은 폭력과 신체훼손의 이미지들이 난무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나쁜 영화인가. 사실을 말하자면, 내게는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 손에 꼽을만큼 좋았다. 현실 세계의 육중한 폭력과 아름다운 환상이 공존하는 이 이야기는 잔인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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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극장문을 나서며 대부분 같은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과연 오필리어 겪는 모험담은 실제일까, 아니면 그저 동화를 좋아하는 소녀가 자기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상상 속의 것일까. 만약 환상의 세계가 실존하는 것이라면 이 이야기는 그나마 해피엔딩의 구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상의 세계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면, 영화는 끔찍한 비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