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모든 것에 대한 리뷰

음식 "우래옥 물냉면"(서울특별시 중구 주교동)

by kirang 2017. 1. 23.

  볼일이 있어서 종로 쪽에 갔다가 우래옥에 들렀다. 적당히 자리를 잡은 후 물냉면을 주문하자 직원이 곧바로 식비 계산을 요구한다.

  우래옥의 식비 지불 방식은 선불이다. 계산을 하며 내심 내가 돈 떼 먹을 사람으로 보이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래옥 말고도 역사가 오래된 음식점 중에는 지불 방식이 선불인 경우가 종종 있다. 워낙 많은 사람으로 붐비다보니 후불로 할 경우 정신이 없어 음식값을 못챙기는 경우가 생겼던 것일까. 신뢰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오래된 음식점 특유의 문화로 이해해 본다.

  우래옥의 물냉면 한 그릇 가격은 2017년 1월 기준 1만 3,000원이다. 비싸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일반 고기집에서 후식으로 먹으면 3,000~4,000원에도 먹을 수 있는 게 물냉면이다. 그래도 막상 먹어보면 비싼 가격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맛이다.

  우선 양이 상당하다. 면도 많거니와 그 위에 올라간 고명도 꽤 높직하다. 고명으로는 수육 서너 조각과 함께 배추, 채를 썬 무와 배 같은 것들이 올라가 있다. 을지면옥과 마찬가지로 얇게 썬 생파도 뿌려져 있다.

  쌓여 있는 고명을 무너뜨리고 적당히 저은 후 면을 먹기에 앞서 육수를 한 두 모금 마셔 본다. 감칠맛이 입안을 적신다. 우래옥 냉면은 다른 집 평양 냉면에 비해 육수 맛이 진하다. 시원한 고기 국물 맛이랄까. 우래옥 냉면이 평양 냉면 입문하기에 좋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면은 메밀의 함량이 높아 질기지 않고 앞니로 툭툭 끊으며 먹을 수 있다. 2,000원을 추가하면 메밀 함량을 더 높인 '순면'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냥 물냉면도 비싼데 어지간히 취향이 강한 미식가가 아니라면 2,000원이나 더 주어 가며 순면을 먹을 필요가 있나 싶다. 

  면을 먹고, 육수를 후루룩 마시고, 다시 면을 먹고 육수를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인다. 배도 불러온다. 남자 한 사람의 배를 채우는 데 부족함이 없으니 여자들 경우에는 남기기 십상이다 싶다. 하지만 우래옥이 양을 줄여서 가격을 떨어뜨릴 생각은 없겠지. 반대로 대식가인 경우 추가금을 내고 사리를 추가해 먹을 수도 있다.

  비싸지만 만족감이 있으니 마냥 불평할 수도 없는 맛집, 우래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