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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문재인 중국 방문 및 홀대론에 대한 단상

by kirang 2017. 12. 20.

  재인의 이번 중국 방문은 여로 모로 시끄러웠다. 우선 중국 정부의 문재인 홀대론이 나왔고, 그 와중에 한국 기자 한 명이 중국 경호원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중국 경호원들의 거친 행동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미성숙한 측면을 고스란히 보여 준 상징적 사건이다. 아마도 그들은 자기네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대로 행동한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에서 언론인에 대한 대우와 가치가 딱 그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폭행을 당한 것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상당수 문재인 지지자들이 오히려 폭행을 당한 기자에게 맞을 만 해서 맞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당시 야당은 문재인이 중국에서 홀대를 당하고 있다고 떠들며 '굴욕 외교'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언론 역시 홀대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문재인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의 중국 방문을 폄하하며 공격하고 있는 야당 정치인과 홀대론을 받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언론 모두가 거슬리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를 폭행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보도를 듣자마자 문재인을 비판하는 야당의 좋은 소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문재인 지지자들이 '기자가 맞을 만 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아무 잘못 없는 기자가 중국 측의 횡포에 당한 것이라면 행여나 문재인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불똥이 튈 수가 있다. 짜증나는 상황이다. 그러니 문재인이 이 사건과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면 오히려 기자가 개인적 차원에서 폭행을 당할만큼 잘못을 저지른 것이어야 했던 것이고,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병적 현상으로 본다. 세상에 맞을만 해서 맞는 기자는 없다. 문재인을 좋아하고 보호하려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거야 유치원 가는 아이 옷에 흙탕물 한 방울 튀는 것조차 무서워서 과잉 보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은 지지율 70% 전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지지자들도 좀 대범해졌으면 좋겠다. 핵심 지지자들이 이런 식으로 히스테릭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재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문재인이 중국 방문에서 일종의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로 인하여 우리나라와 중국 관계가 크게 틀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문재인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국을 방문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중국 측에서는 충분히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핏대 올리며 고함을 치다가 갑자기 만면을 웃음을 지으며 환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중요한 것은 결국 그래서 문재인의 방문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봉합되었느냐의 문제이다. 듣자하니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 규제 등의 조치는 이제 풀렸다고 한다. 그럼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이 서민 식당을 방문하여 아침밥 먹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 인민들에게 소탈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점수를 따 둔다면, 누그러진 중국 내 여론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태도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옷 차려 입고 가서 좋은 음식 얻어 먹으며 대접받고 오는 게 외교가 아니다. 그런 외교는 박근혜 때 많이 보지 않았나. 의전 상에서 좀 아쉬운 게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얻어올 수만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외교이다. 문재인은 전임 정권에서 쳐놓은 대형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