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내치"
2001년 개봉한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이다.
유명 스타가 단역을 맡았을 때 마치 그 영화의 주인공인양 포스터 전면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의 흥행을 위한 약간의 눈속임인데, 어쩌겠나.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을. 영화도 산업인 이상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오는 게 중요하니 혀를 차면서도 이해는 해 주는 편이다.
"스내치" 포스터는 앞서 말한 사례의 전형이다. 언뜻 보면 포스터 가장 앞자리에 당당히 서 있는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이 영화에서 비중이 매우 작은 조연으로 출연한다. 단 "스내치"에서는 주연과 조연을 따지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 카메라가 주인공 한 사람만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방식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내치"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각자의 사정과 욕망에 따라 질주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등장 인물 전체가 난잡하게 뒤엉켜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신없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곧 기이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난장판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고 시체 훼손 장면이 밥먹듯이 나오는 산만한 영화이지만, 재미있다. 감각적인 카메라 앵글, 속도감 있는 연출, 배꼽 잡게 만드는 컴컴하고 가학적인 유머가 넘치는 영화이다.
* 추신: 칼에 베이고, 차에 치이고, 수십 발(?)의 총알을 맞고도 죽지 않는 러시아인 보리스는 제정 러시아 말기의 괴승 라스푸틴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