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6년 개봉한(한국 기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 휴 글래스 역을 맡았고, 톰 하디가 악역인 존 피츠제럴드 역을 맡았다.
러닝 타임이 156분에 이르지만, 대사는 많지 않다. 말 따위 필요 없이 온몸을 던져 표현하는 고생의 향연이다. 디카프리오는 땅바닥을 기고, 굴러 떨어지고, 온몸을 뒤틀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입에 거품을 물고, 덜덜 떤다. 연기인 것을 뻔히 알지만, '고생하는 연기'가 참 고생스러웠겠다 싶다. '오스카 상 타려고 저렇게까지 하는구나' 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디카프리오가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그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도 없고.
디카프리오의 과시적 연기도 볼만하지만 관객을 더욱 압도하는 것은 대자연에 대한 묘사이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물이 흐르는 유려한 장면을 시작으로 일제히 솟아 오른 숲의 나무들, 눈으로 뒤덮인 대평원 등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움을 주는 대자연의 모습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오직 생존을 위해 바닥을 박박 기는 인간과 이를 차갑게 관조하다가 세차게 한번씩 몰아치는 자연의 대조는 강렬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주제가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 이야기'이다 보니 노골적인 은유도 등장한다. 휴 글래스가 눈보라를 이기기 위해 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끄집어 낸 후 그 안에 알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이는 태아 상태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다음날 아침 말 뱃속에서 다시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탄생을 상징한다. 그렇게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휴 글래스는 마침내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로 복귀하여 복수를 감행한다. 존 피츠제럴드는 인상적인 악당이고 마지막 싸움은 피비린내가 난무하는 처절함을 보이지만, 휴 글래스가 영화 내내 상대해 왔던 무시무시한 대자연에 비하면 인간 세상의 악당 정도야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라 보기 어렵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있다. 부상으로 보행이 불가능해 기어다니던 휴 글래스가 격류에 휩쓸렸다가 뭍으로 나오며 두 발로 일어나는 장면이다. 중상을 입은 몸으로 차가운 물에 휩쓸려 허우적댔으니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이 당연할텐데 오히려 치료라도 받은 것처럼 상태가 급격히 호전된 것처럼 보인다. 냉수마찰의 효능일까. 물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디카프리오를 기어다니게만 할 수는 없었을 테니 언젠가는 일으켜 세우기는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워 받아들이기 힘들다. 연출 상에서의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