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2016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 소년이 알고 보니 특별한 존재였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흔해 빠진 클리셰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해리 포터"에서 마법이 맡았던 역할을 돌연변이 초능력으로 대체하였다. '이상한 아이들'이 머무는 시공간인 '루프'로 들어가는 방식도 호그와트 학교에 가는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이 영화는 "해리 포터"에 비해 기괴하고 잔혹한 정서를 훨씬 짙게 풍기고 있는데, 초능력자 아이들의 눈알을 뽑아 먹는 괴물 '할로우게스트'의 존재가 그것이다. 영화에서는 눈알이 뽑힌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보여 주고, 또 뽑힌 눈알들의 무더기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아동들이 보기엔 다소 잔인하다 싶은 장면들이 있다. 이 '할로우게스트'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에 등장하는 괴물을 참고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사성이 있다.
미스 페레그린 역을 맡은 에바 그린이 굉장히 멋지게 나온다. 원작 소설에서는 페레그린이 할머니였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젊은 선생님으로 표현되었다. 바람머리라고 해야 할까, 한쪽으로 쏠린 웨이브진 머리와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강조되는 눈빛, 초 단위로까지 시간을 관리하는 스마트함이 더해져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이 꽤 여러 권이라고 하는데, 이를 하나의 영화로 압축하다보니 여러 아이들의 캐릭터 구축에 아쉬움이 있고, 이야기 전개에도 약간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프를 오고가는 논리적 인과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다. 애초에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논리상의 문제는 없지만 복잡해서 단숨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지금도 확신이 안 선다. 영화를 보다 보면 뭐지? 왜 저렇게 되는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그 의문을 해소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는 진행되어 버린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악당들과의 대결은 싱거운 편이다. 영화 초반부의 묘사에 비하면 실제 악당들은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며, 어설프고 얄팍한 자들이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강하고 매력적인 악당이 존재해야 이야기도 사는 법인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그 점에서 아쉽다.
이 영화를 보고 팀 버튼의 기발한 상상력도 바닥이 난 것이 아니냐 식의 비판도 나오는 모양이다. 다들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만족하는 편이다. 서사에서의 아쉬움과 별개로 충분히 재미있는 설정과 캐릭터들이었고, 이를 잘 이미지화하여 연출하였다고 여겨진다. 영화관을 나오며 아름답고 영리한 미스 페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뒷 이야기가 계속 궁금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