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
2017년 개봉한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영화이다.
주인공 어기 풀먼은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이다. 27번에 걸친 수술을 하였지만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10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였다. 하지만 아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의지로 평범한 학교에 등교하게 된다.
이 정도의 배경 설명만 들어도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펼쳐질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어기의 학교 생활은 고되다. 대다수 아이들은 어기를 피하고, 일부 아이들은 괴롭히기도 한다. 영리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어기이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10살짜리 아이. 상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영화는 어기가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기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춘 시련 극복기였다면, 뻔한 전개를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옴니버스 형태로 시점을 몇 차례 바꾼다. 어기의 누나인 비아, 어기의 첫 학교 친구가 되어 준 잭 윌, 그리고 비아의 친구인 미란다의 시점이 각각 제시된다. 어기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고민과 내면의 갈등이 담담하게 서술되며, 앞서 벌어졌던 사건들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 주는 연출은 전형적인 시련 극복기류의 이야기가 빠질 수 있는 전형성을 상당 부분 탈각시킨다.
이 영화를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매우 선량하다는 점이다. 이야기에 갈등 구조가 필요하니 악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지는 않는다. 등장 인물들은 간혹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곧 그것을 뉘우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추신 : 어기의 누나인 비아 역을 맡았던 이자벨라 비도빅과 그 친구인 미란다 역을 맡았던 다이엘 로즈 러셀 모두 무척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 다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