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인랑"

kirang 2018. 7. 29. 14:05


  2018년 김지운이 감독하고, 강동원과 한효주가 주연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이다.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러 차례 흥행 영화를 만든 바 있고, 연출력에 있어서도 인정받는 김지운이 감독을 맡았기에 기대가 되었던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 이후 인터넷에서의 관객평이 썩 좋지 못했다. 심지어 희대의 망작이라 일컫는 "리얼" 수준이라는 평도 나왔다. 그래도 김지운이 연출한 영화인데 그럴 수야 있겠는가 하며 의아해 하는 가운데 이 영화에 대한 악평이 영화 외적인 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출연 배우의 사회적 발언에 대한 불만으로 안티들이 악의적인 영화평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 무겁고 난해한 주제의식 때문에 단순한 상업 영화를 기대한 대중의 기대와 괴리가 발생해 평점이 낮은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도 들어서 오늘 아침 조조영화로 관람을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실패작이 맞다. 가장 큰 문제는 각본이다. 대사의 질이 매우 안좋다. 일상어로 들리지 않는 어색한 문어체형 대사가 많으며,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맥락 있게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감정선이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배우들도 자기 캐릭터가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대본에 그렇게 써 있고, 감독이 시키니 쥐어짜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극중의 인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자꾸 그 역을 과장해서 연기하는 배우 본인으로 보인다.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각본이 심각하게 안 좋으면 제아무리 송강호나 황정민 같은 명배우를 데려와도 소용 없는 법이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장점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특수기동대의 방어복 구현과 총격 액션 연출이다.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고, 보아줄 만하다. 문제는 쟤들이 왜들 저렇게 싸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공안부와 특기대 간의 권력 다툼과 알력, 음모와 반전을 거듭하는 배신..... 이런 걸 깔아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배경 설명이 충분치 않다보니 갑작스런 상황 전개와 액션씬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인랑'이 대단한 것인양 언급되는데, 일반 특기대원과 뭐가 그렇게 다른 것인지도 딱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인랑이 뭐 어쨌다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활자로 읽는 것과 달리, '인랑'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을 때는 '일랑'이라고 발음되는 터라 말로 하면 어째 포스가 전혀 안 느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영화 중반 하수도 총격 씬에서 부상을 입은 공안부 요원이 공포스러워하며 "모르시겠어요? 그놈은 인랑[일랑]이란 말입니다!"하고 절규할 때도 공감보다는 실소가 나온다.

  "인랑"은 원작의 무겁고 어두운 주제의식과 분위기를 어느 정도 걷어내고 그 자리를 액션과 활극으로 채워 대중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영화이다. 마침 같이 개봉한 영화가 헐리웃 블록버스터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인지라, 흥행 실패의 책임을 대진운 탓으로 슬쩍 미룰 수 있는 게 어찌 보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덧붙임

 1. 영화에 나오는 택시 지붕의 그 커다란 구조물, 뭐에 쓰는 건지 계속 거슬린다.
 2. 한효주는 예쁘게 나온다. 당최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3. 도입부에서 주변 4강이 통일한국을 반대하여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현재 한반도 정세와 너무 달라서 몰입감이 떨어진다.
 4. 소품으로 책이 많이 등장하여 영화의 주제나 캐릭터의 심리를 암시한다. "죄와 벌", "체게바라 평전". "타인의 고통". 그런데 PPL 보여 주듯 너무 노골적으로 책 제목들을 비춰줘서 유치하다는 느낌이 든다.

 5. "인랑"이 실패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리얼"급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