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샤오미 선풍기 1세대"
소문이 자자한 중국의 샤오미 선풍기를 구입하였다. 박스 안에 날개며 몸체의 봉이며 분리되어 있는 상태로 배달되어 온다. 설명서를 보고 차근차근 따라 하면 조립은 어렵지 않다.
외관은 무척 심플하고 예쁘다. 흰 색 위주의 세련된 디자인이다. 일반 선풍기에 여러 개 달려 있는 버튼이나 조작 다이얼 같은 것이 전혀 없어서 깔끔하다. 날개 뒤쪽 머리 부위에 버튼이 하나 있어서 이것을 한번 누를 때마다 전원 ON/OFF와 바람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애플이 선풍기를 제작한다면 딱 이런 디자인으로 만들었을 법한 외관이다.
바람 세기는 4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쓰는 것은 2단계이다. 1단계는 조용하기는 하지만 바람 세기가 너무 은근하다. 3단계는 바람이 강한 대신 날개 회전음이 좀 거슬린다. 2단계가 바람 세기도 적절하고, 선풍기를 켜 놓은 것을 잊을 정도의 정숙함도 갖추고 있어서 사용하기 딱 좋다. 오랫동안 틀어도 선풍기 머리 쪽이 뜨거워지지 않는 것을 보면 모터 쪽 설계가 잘되어 있는 것 같다.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전원선을 뽑고 원하는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샤오미 어플을 다운 받은 다음 약간의 설정을 해주면, 스마튼폰을 이용해 선풍기의 전원 ON/OFF와 바람세기, 회전 여부, 타이머, 자연풍 사용 여부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선풍기를 조작하고 있노라면 만족감이 상당하다. 한마디로 예쁘고, 조용하고, 스마트한 선풍기이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그렇듯 단점도 없지 않다. 첫째, 높은 가격이다. 중국산 선풍기임에도 10만 원이 넘는다. 디자인이나 성능을 생각하면 납득이 안 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중국산 제품에 이 정도 돈을 써야 하는 상황 자체가 좀 어색하다. 더 나아가 '선풍기가 바람만 나오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선풍기는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둘째, 손잡이가 없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예쁜 외관을 위해서 선풍기 머리 쪽의 손잡이를 과감하게 없앤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선풍기를 옮길 때 날개 아래 목쪽을 잡고 들어올리게 된다. 당연히 손잡이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안정감이 떨어지고 불편하다. 배터리 충전식이라 전원선 없이도 쓸 수 있게 해놓고 정작 이동은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모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 높이 조절이 안 된다. 일반적인 선풍기에 당연히 있는 목이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기능이 없다. 이 역시 디자인을 위해 포기한 것 같은데, 선풍기 머리의 상하 각도를 조작할 수는 있으므로 그나마 큰 불편함은 아니다.
넷째,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조작 버튼이 하나밖에 없다보니 이것만으로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이 선풍기를 제대로 쓰려면 반드시 스마트폰 어플과 연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쪽짜리 기능의 선풍기가 된다. 거기다 어플 연동 과정이 좀 번거롭다. 나도 인터넷에서 설명문을 찾아 더듬더듬 했으니, 전자 기기 사용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어른신들이 쓰기에는 허들이 제법 높다. 선풍기가 그 자체로 기능적 완결성을 가지지 못하고, 다른 기기(스마트폰)의 보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큰 결함일 수 있다. 10만 원 넘게 주고 산 선풍기의 기능을 반쪽밖에 못쓴다면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전원 플러그가 우리나라 제품과 달리 중국에서 쓰는 11자여서 반드시 아답터를 써야 한다. 선풍기 살 때 같이 따라오기는 한데, 허접해 보기이도 하고 헐겁기도 해서 약간 신경이 쓰인다. 플러그가 이 모양이니 군더더기가 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미니멀리즘을 추구해 만든 본체 디자인의 의의를 다소 상실케 하는 옥에 티인 셈이다. 게다가 전압 문제는 전기 제품에 대해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