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필동면옥 물냉면"과 "봉피양 물냉면"
필동면옥 물냉면
어쩌다보니 기회가 되어 필동면옥과 봉피양 냉면을 며칠 간격으로 먹게 되었다. 인접한 시기에 번갈아 먹어 보니 같은 평양냉면이어도 맛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져 기록을 남겨 둔다.
필동면옥 냉면의 외양은 일반적인 냉면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다. 생파에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어, 처음 접한 사람은 신기하게 생각할 법한 모습이다. 냉면 형태가 을지면옥과 비슷한데, 실제로 같은 집안 식구가 각각 연 냉면집이라 한다.
을지면옥과 계열은 같지만, 맛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필동면옥의 육수가 을지면옥보다 진하다. 우래옥 냉면만큼 '찐~한' 느낌은 아니지만 간이 상당히 되어 있어 입문자가 먹기에 부담이 없다고 느껴진다. 가게 근처에 있는 동국대학교 출신의 동행자 말을 들어보니 필동면옥 냉면의 육수가 예전보다 맛이 세졌다고 한다.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터라 맛에 편차가 발생한 것인지, 가게 측이 대중성을 확보하려고 의도적으로 레시피를 수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은 1만 원이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한끼 식사비로 납득할 만한 범주 안에 있다. 제육을 따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다. 제육과 같이 나오는 양념장이 달착지근해서 찍어 먹다보면 술술 들어간다. 여러 명이 방문했다면 갹출해서 제육 한 접시 시켜봄직하다.
봉피양 물냉면
봉피양 냉면은 고급 갈비로 유명한 벽제갈비에서 파는 냉면 브랜드다. 냉면을 주문하면 냉면 그릇 안에 있는 것 외에도 수육이 두 점 따로 제공된다. 필동면옥처럼 고춧가루며 생파며 하는 것들이 없어서 육수가 맑고 깨끗하다. 충분히 간이 되어 있지만, 필동면옥만큼 진하지는 않다.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사이의 어딘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봉피양 냉면은 충분히 맛이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무려 1만 4,000원. 아무래도 한끼 식사비로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리고 애초에 고깃집인지라, 주변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데 나 혼자 냉면을 시켜먹고 있으면 박탈감이 느껴진다. 주변의 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냉면 맛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나름 비싼 음식 시켜먹고 있는데도 뭔가 대우를 못받는 듯한 서러움? 냉면을 오롯이 즐기기에는 환경이 안 좋다고 할 수 있다. 냉면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냉면 전문점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