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고고학에 대한 고고학자의 평가
2.사이비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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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품은 미스터리들은 많은 사람, 특히 모험·현실도피·공상과학소설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이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정교한 모험담들을 창조해내며 그것들은 거의 언제나 가공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서사적 여행이나 항해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신문 기자 그레이엄 핸콕은 어떤 위대한 문명이 1만 2천 년 전 남극 빙원 아래에서 번영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그 장대한 도시들이 빙원 아래 깊은 곳에 묻혀 있어 발굴해낼 수 없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은 이 남극 본향으로부터 세계 모든 곳으로 이주하였으며 볼리비아 고원지대의 띠와나꾸 같은 유명한 유적을 차지해 살고 나일 강 강안의 스핑크스를 건설하였다는 것이다. 핸콕은 이론 분분한 갖가지 지질학적 관찰 결과 및 유리된 고고학적 발견 사항들을 짜 맞추어 기발한 이야기를 엮어냈다. 고고학자들이 도대체 이집트 및 다른 여러 곳 어디에서 그런 옛 이민지와 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가 하고 너무나 당연히 제기하는 반문을 그는 일축해버린다. 핸콕은 자신의 방대한 이론을 열렬히 신봉하며, 글을 잘 짓는 인기 작가이기 때문에 아마추어 탐정이 쓴 ‘추리 소설’처럼 널리 읽히는 베스트셀러를 감쪽같이 짜 맞추어냈다.
핸콕이 대표하는 이런 유형의 현란한 사이비 고고학은 과학의 신중한 자세를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들과 근거 없는 가능성을 믿는 이들에게 언제나 호소력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어떤 과학자가 덴마크와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스페인, 타히티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이용해 아메리카의 어떤 집에 든 것이 무엇인지 복원하고자 애쓰는 것과 같다.
이런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는 생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사라진 아틀란티스 대륙이 바하마제도의 바다 아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수천년 전 가라앉은 이 고향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고대 이집트의 선단이나 로마의 갤리 범선들이 콜럼버스보다 훨씬 전에 대서양을 건넜다고 공상하기도 한다. 고고학을 이처럼 기묘하게 묘사하는 모든 것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과거의 복잡한 사건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편의적으로 설명하며 또 그 설명들은 저자가 마음대로 골라 이용하고픈 고고학 자료만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사이비 고고학은 종교적 믿음과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과거에 대한 진정한 과학은 엄격한 연구 절차와 주도면밀한 자료 수집을 토대로 하며, 그에서 이론은 가설들을 야외와 연구실에서 수집한 정보-간단히 말하면 고고학적 증거와 생물학적 증거, 여타 증거-에 비추어 끊임없이 검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도출된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이희준 옮김,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 사회평론, 2011, 25~26쪽.
붉은 글씨와 밑줄은 내가 친 것이다. 어째 내용에 기시감이 많이 든다. '사이비 고고학'은 '사이비 역사학'으로, '핸콕'은 '이모씨'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