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과 잡담
방송과 가짜 전문가
kirang
2019. 5. 3. 12:03
방송의 무서운 점. 방송에서 한번 전문가로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에 대해 완전히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학문적으로 무가치한 저급한 망상을 늘어놓는 거짓말장이여도 ‘에이, 그래도 방송에 나온 사람인데’, ‘방송까지 나올 정도면 믿을만 하겠지’하고 넘어가는 거다. 방송에 나왔으니 믿을만한 사람이 되고, 믿을만한 사람이니 계속 방송에 나오게 된다. 소름끼치는 악순환이다. 방송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애초에 충분히 검증이 된 사람을 방송에 내보내는 게 옳다. 다만 방송국에게 검증의 책임을 모두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다. 방송국 사람들이 다루고 이용해야 하는 지식과 정보는 너무 광범위하다. 세상 만사 모든 지식을 방송국이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니 ‘oo대학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믿고 쓰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학에도 엉터리 사짜들이 적잖이 있다. 그리고 이 사짜들은 학문적으로 인정 못받는 대신 언론 노출을 엄청 좋아한다. 이런 쭉정이들이 방송을 타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을 막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 전통 있는 검증된 학회들이 방송국과 연계해 전문가 풀을 제공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