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의 등장과 실패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단상
냉정하게 평가를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선거제도 개혁 시도는 실패했다. 거대 보수정당의 위성정당이 이미 만들어졌고, 이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꼼수고 뭐고 어쨌든 저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저들을 욕하기에 앞서 꼼수가 통할 만한 헛점을 남겨놓은 제도 설계자의 잘못이다. 특히 제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의당 지도부는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명백한 수혜자인만큼 가장 치밀하게 제도의 빈틈을 연구했어야 마땅하다. 도대체 얼마만에 온 기회인데 이런 결과를 초래하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했던 취지는 국민들의 실제 정당 지지율을 온전히 결과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상의 왜곡을 교정하는 데 있었다. 이 명분은 아직도 유효하다.
일부 플레이어가 꼼수를 통해 제도의 취지를 어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다음 국회 회기 중 선거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임이 명백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국회 내에서 저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저들의 꼼수에 대해 알아서 표로 응징해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무책임하다. 어차피 저들은 고정 지지율대로만 득표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싸움이다. 반대 진영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니 정의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적으로 현 상황을 좀 수습하고, 국민들이 직관적으로 자신의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일단 이번 싸움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최대 비토세력을 꺾어 놓고 나서, 국회의원 정수 증가를 전제로 한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든 아니면 다른 제도를 도입하든 더 치밀하게 설계된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