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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유리 발수 코팅제 " 글라코 G-4, AD 레펠, 마프라 아쿠아벨록스"

kirang 2021. 6. 4. 18:53

  차창 너머로 비를 구경하는 낭만적으로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남의 차 얻어타고 다닐 때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오랜 장농 면허 생활을 청산하고 직접 차를 몰아보니 비라는 게 그렇게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었다.

  첫 야간 빗길 운전의 경험은 끔찍했다. 컴컴한 밤에 비까지 더해지자 도로 바닥의 차선이 빗물과 뒤섞여 아예 보이지 않았다. 옆 창문과 사이드 미러에 맺힌 물방울은 시야를 차단하였다. 차선을 바꿀 때마다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기분이라 모골이 송연했다.

  첫 야간 빗길 운전에 혼쭐이 나고 대책을 찾다가 알게 된 것이 유리 발수 코팅이었다. 그렇게 처음 구입한 제품이 글라코의 G-4이다.   

  G-4를 시공하고 난 이후의 우중 운전은 신세계였다. 차 속도가 어느 정도(약 50km) 붙으면 유리창의 물방울들이 중력을 거슬러 위쪽으로 흘러 사라졌다. 마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비가 철철 내리는 데도 와이퍼를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시공하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G-4에는 단점이 있었다. 우선 채터링 현상이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와이퍼가 움직일 때마다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리를 매끄럽게 훑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걸리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작동하며 소음을 내는 것이었다.

  아무리 발수 코팅을 했다 하더라도 저속에서는 물이 날아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와이퍼를 써야만 한다. 때문에 시내 주행 위주로 차를 모는 나에게 와이퍼 소음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G-4의 고질적인 문제인지, 내가 시공을 미숙하게 해서 발생한 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G-4에는 이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가 더 있었다. 와이퍼 작동 시 유리에 잔사가 심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잔사는 와이퍼가 지나가는 순간 유리 표면에 나타나 꽤 오랜 시간 유지되다가(1~2초 가량) 스스륵 사라지는 형태로 발생했다. 낮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야간 운전을 할 때는 시야 방해가 너무 심하여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발수 코팅을 한 것인데,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다니.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G-4를 걷어내고 새로 시공한 발수 코팅제가 AD의 레펠이다. 한번 실패를 경험했기에 인터넷을 이용해 이것저것 정보를 많이 알아 보았는데, 그중 눈길을 끌었던 것이 레펠의 쉬팅(sheeting) 능력이었다.

  차 유리에 발수 코팅제를 바르면 표면에 특정 성분의 막이 형성된다. 이 막 위에 물이 올라가면 표면장력에 의해 구슬처럼 둥글게 맺히게 된다. 이를 비딩(beading)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 차가 이동하면 풍력에 의해 물방울이 차 표면에서 미끄러져 뒤로 튕겨 나간다. 이를 쉬팅이라고 한다.

  레펠은 쉬팅 현상이 발군이라고 했다. 다만 내구력이 썩 좋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라 했다. G-4에서 경험하였던, 쉬팅의 드라마틱한 모습에 매료되었던 나는 바로 레펠을 구입하여 시공하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레펠은 G-4와 달리 야간에 와이퍼를 작동해도 잔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와이퍼 소음도 전혀 없었다. 문제의 쉬팅력 역시 소문대로 엄청나게 좋았다. 저속으로 움직이는 데도 물방울이 가볍게 쭉쭉 미끄러져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레펠에도 단점이 있었다. 한번 시공에 레펠 한 통을 다 쓸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남은 것은 차 트렁크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레펠의 색깔이 점점 바뀌는 것이었다. 원래 파워에이드처럼 파란 색 액체였는데, 점점 색이 옅어지더니 1년 정도 지나니 아예 맹물처럼 투명해져 버렸다.

  단순히 색깔만 변한 게 아니었다. 성능도 심각하게 저하되었다. 투명하게 변색된 레펠을 유리에 도포하자 당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유지력이었다. 쉬팅 효과가 한달을 채 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비딩의 모습도 정상적이지 않았고, 물방울이 뭔가 지저분한 형태로 유리창에 들러붙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성분이 변질된 모양이었다. 발수 코팅제라는 게 결국 쉬팅 기능 때문에 쓰는 물건인데, 한달도 못가는 지속력이면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내구력보다 보존력이 더 문제였던 셈이다.

  그래서 세번째 선택한 제품은 마프라의 아쿠아벨록스이다. AD레펠보다 쉬팅력은 좀 떨어지지만 내구력이 좋다고 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 가격은 AD레펠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이 제품의 장점은 시공의 편이성이다. G-4나 AD레펠은 유리에 바르고 약간의 경화 시간을 준 뒤 마른 걸레로 유리 표면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힘주어 문지르는 형태(버핑)로 작업을 해야 했다. 어린 시절 청소 시간에 교실 바닥에 왁스를 바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아쿠아벨록스의 시공 방식은 마치 유리 세정제 뿌리듯 칙칙 뿌리고, 바로 닦아 주는 형태이다. 손에 힘을 줄 필요도 없이 두어번 쓱쓱 문지르면 끝이었다. 앞의 두 제품에 비하면 너무 압도적인 편이성이라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마프라 아쿠아벨록스를 도포한 이후 두어 차례 비를 경험해 보니 물방울이 죽죽 밀려나는 느낌은 확실히 AD레펠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 시속 60~70km 정도는 되어야 물방울이 밀려올라가는 느낌이라,  AD레펠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다. 내구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태라 평가하기 어렵다.

  퍼포먼스는 AD 레펠에 비해 밀리지만, 시공의 편이성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낫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한테는 부담없이 가볍게 쓱쓱 발라줄 수 있는 아쿠아벨록스 쪽이 관리 면에서 나은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저속에서도 시원하게 물방울을 밀어냈던 AD 레펠이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