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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왁스 "소낙스 '브샤디' VS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

kirang 2021. 6. 23. 13:13

  자동차 왁스를 형태상으로 구분하면 고체 왁스와 물왁스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고체 왁스 쪽의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작업이 불편하다. 반면 물왁스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쉬운 작업성이 장점이다.

  어떤 형태의 왁스든 주기적으로 발라 주면 차량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왁스는 커녕 가끔 자동세차 돌리는 정도가 차량 관리의 전부인 사람도 많다. 물왁스라도 바르는 사람은 차 관리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축에 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셀프 세차와 디테일링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고체 왁스의 사용은 다소 부담스럽다. 나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고체 왁스는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물왁스를 사용키로 하였다. 

  초보 세차인에게 차량용 물왁스로 많이 추천되는 제품이 있다. 소낙스의 '브릴런트 샤인 디테일러', 일명 '브샤디'이다. 2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양은 750ml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발수력과 지속력이 좋다는 평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실제 브샤디를 시공한 결과 소문대로 비온 뒤 맺히는 비딩이 우수하고, 지속력도 준수하다고 느껴졌다. 다만 '브릴런트 샤인'이라는 화려한 제품명이 무색하게 광택 효과는 거의 없었다.

  브샤디에는 꽤 심각한 단점이 있는데, 바로 슬릭감이 안 좋다는 점이다. 슬릭감이란 차 표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을 때 마찰력 없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을 말한다. 브샤디를 시공할 경우 차 표면은 엄청나게 뻑뻑해진다. 과장 좀 보태면 설겆이 후의 식기마냥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다.

  실제 경험해 보니 간과하기 힘든 단점이다. 차를 운전하다보면 도로의 작은 돌이나 모래가 튕겨 차체에 부딪히는 일이 있다. 차 표면의 슬릭감이 안 좋을 경우 이때 접촉면이 긁혀 흠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먼지나 꽃가루도 슬릭감이 나쁜 차에 더 잘 달라붙을 것이다. 왁스를 도장면에 바르는 이유가 눈, 비, 먼지, 꽃가루, 잔돌 등으로부터 차 표면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브샤디의 기능적 한계는 명확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샤디에는 발수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자동차에 왁스를 바르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요소는 발수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비를 맞았을 때 비딩이 얼마나 예쁘게 잘 맺히느냐는 직관적으로 왁스의 성능을 가늠하기 좋은 요소이다. 하지만 발수력이 일정 수준 이상만 된다면, 예쁜 비딩각이라는 눈요기 외에 차 표면의 보호라는 본질과 크게 관련된 요소인가 싶다. 자동차 왁스의 기능에서 발수력보다 주목해야 건 오히려 슬릭감이 아닐까.

  왁스에서 기능적으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를 꼽자면 지속력이다. 세차를 주 단위로 하면서 그때마다 왁스를 바르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월 단위로 세차를 하고 왁스도 가끔 바르는 사람에게 지속력 안 좋은 왁스는 의미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루미너스에서 나온 "블랙 그래핀 에디션"은 꽤 괜찮은 대안이다.

  루미너스의 블랙 그래핀 에디션은 우선 작업하기 편하다. 차 표면에 칙칙 뿌리고 타월로 바로 문지르면 쓱쓱 닦인다. 슬릭감도 괜찮다. 슬릭감에 특화된 제품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차 표면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부드럽게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발수력이 나쁜 것도 아니다. 비를 맞은 후 보니 비딩도 예쁘게 형성된다.

  작업 후 생각 외로 만족감을 주는 장점도 있다. 광택 효과이다.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을 바르면 눈에 띄게 차의 광택이 좋아진다. 주차장에서 주변의 차들과 비교해 보면, 내 차가 유독 반짝반짝하고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어 흐뭇하다.

  문제는 지속력인데, 제품 소개에 따르면 6개월 간 성능이 유지된다고 한다. 이걸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는 지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래도 두어달에 한번 쯤에 덧발라 주는 식으로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의 가격은 500ml에 3만 8000원이라 브샤디의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작업 편이성과 성능 면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성능의 차이가 명확한 만큼 가성비 따지며 만 몇 천원 아끼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만족도가 높은 이 제품을 쓰는 게 나은 것 같다.

 

* 추신 :  몇 번 사용하다보니 블랙 그래핀 에디션의 단점이 확인되어 추가로 기술한다. 적정양보다 넘치게 사용하면 차 표면에 얼룩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이 적정양을 조절하는 게 좀 까다롭다. 왁스를 칙 뿌리고 바로 타월로 쓱쓱 문지르되, 차 표면에 약제가 남지 않도록 타월의 마른 면을 잘 뒤집어 가면서 신경써서 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디테일하게 따지면 꼭 좋지만은 않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