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과 잡담

한국 대학의 교육 역량과 경쟁력 관련 기사를 보고

kirang 2021. 12. 15. 19:13

"韓국가경쟁력 높아졌지만..교육경쟁력은 25→30위"(뉴시스, 2021년 12월 2일)

https://news.v.daum.net/v/kWMoQOAGWa?fbclid=IwAR17r-0ZrP5SC1mzL3O5lupSeRSjyA4eIIdNw4APSQRzMeUo9bOnAqDBWFI 

 

"韓국가경쟁력 높아졌지만..교육경쟁력은 25→30위"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지난 3년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경쟁력은 오히려 5계단 하락해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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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적으로 한번씩 나오는 유형의 기사다. 해외의 모 기관에서 대학 평가 결과가 공개됐는데 한국 대학의 교육역량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내용.

 이런 기사가 나오면 대개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비싼 등록금 받아 먹고 정작 교육은 엉망으로 하는 대학에 대한 비판, 연구 안하고 놀고 먹는 교수, 대학원생에 갑질하는 교수에 대한  성토가 그것이다. 때로는 기초학문을 등한시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라고 개탄하기도 한다.

  이러한 랭킹에서 한국 대학의 순위가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랭킹 산정의 방식을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사 내용에 따르면 우선 사이언스나 네이처급 학술지에 오르는 고퀄의 연구가 부족하다 한다. 이건 확실히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게 단순히 한국 대학의 교육이 글러먹어서거나 학자들이 게을러서인지는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려면 좋은 연구 인력과 실험실 세팅, 안정적이고 충실한 연구비 등의 조건이 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게 다 돈인데, 다른 나라 유수의 대학 연구자들과 한국대학의 연구자들이 받는 지원 수준이 동일한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래야 건설적인 개선 방향도 나오지 않겠나. 그리고 이건 교육 경쟁력과 관련은 있겠으나 연구 경쟁력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 대학의 비교 열위로 지적된 것들이 대학 평판도, 졸업생 평판도, 외국인 교수 숫자와 외국인 학생 숫자 등이다. 이 항목들은 그냥 공정하지가 않다. 국제어로서 압도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는 영어권 국가나 내집 안마당처럼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유럽의 대학들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지리적 위치의 문제, 한국어라는 고립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 대학 입장에서는 끌어안고 가야만 하는 핸디캡이다.

  외국인 학생 유치 문제에 있어서 생각해볼 문제도 있다. 재능있고 성실한 외국 학생이 한국이 좋아서, 한국 대학의 학문적 역량에 신뢰를 가지고 오는 케이스는 더할 나위 없겠으나, 자국에서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위 따기 쉽다고 도피성으로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케이스가 많다면 이게 정말 대학의 교육 역량이 높다고 평가해줄 수 있는 걸까. 그냥 학위 장사 아닌가.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한국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외국인 학생을 늘리려는 정책을 펼치는 데 이런 요소가 있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대학의 체질 개선과 역량 발전을 정말로 도모하고자 한다면, 해외 기관에서 내놓는 도식적인 랭킹 순위에 집착하는 것보다 좀더 전문화되고 체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 대학이 외국 대학에 비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이에 기반한 대학 당국의 정책 수립, 정부의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