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과 잡담

국민대의 학위논문 표절 조사 결과에 대해

kirang 2022. 8. 3. 09:39

  국민대는 ‘논문의 질’과 ‘표절의 문제’를 분리하였다. 그리고 김건희의 논문이 표절은 아니라고 판정하였다. 이건 논리적으로 합당한 부분이 있다.

  정말 엄청나게 함량 미달인 저급한 글이라도 남의 것을 베낀 게 아니면 표절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압도적으로 못썼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경우마저 상정할 수 있다.

  나는 문제가 된 논문을 직접 보거나 분석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표절 여부 문제를 논할 수 없다. 다만 기사를 보고 몇 가지 단상만 적어보자면 이렇다.

1. 표절 판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연구의 조작을 검증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표절을 판정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어차피 표절 시비가 났다는 건 표절 대상인 원본이 지목되었다는 거고, 그 다음엔 적절한 인용이 되었는지, 의도성이 있는지 기술적으로 판정하면 된다.

  국민대가 1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이제 와서 마지못한 듯 결과를 내놓은 건 표절 판정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나온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을 당시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했다면 깔끔하였을 것이고, 학문 주체로서의 자존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대는 이 문제에 손대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술 연구 기관이 연구 부정 문제에 이처럼 미온적인 것은 질타받을 일이 맞다고 생각한다.

2. 표절이 아니라 해도 질 문제는 남는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OK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학위 논문의 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대학 내부적으로 자성이 필요하다. 이건 사실 국민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3. 발표된지 5년 이내의 논문만 표절 심사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 5년 지났다고 논문이 유통이 안 되거나, 인용 안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대, 김건희 여사 박사논문 '표절 아니다' 결론(연합뉴스, 2022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