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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우주전쟁"

by kirang 2014. 9. 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5년 작품이다.

웰즈가 쓴 원작 소설에 비하면 설정이 많이 바뀌었다. 외계인들이 화성에서 왔다는 점이 생략되었고, 외계인들이 이미 수백 만 년 전에 땅 속에 묻어 놓은 전투 머신을 사용하기 위해 벼락을 타고 왔다는 새로운 설정이 생겨났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이 혼자 도망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들, 딸과 동행한다는 점이다.

스필버그식 가족주의가 스며들기는 했지만 원작의 재미는 제법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문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외계 생명체의 무차별적인 살육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고, 평범한 주인공이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겪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묘사했다. 이 영화를 두고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재난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듯한 평가이다.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트라이포드는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에 그려져 있던 삽화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멋지고 강력하게 느껴진다. 이 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결말부이다. 한창 클라이맥스로 흐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갑작스럽게 마무리가 되어 영화를 만들다 만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원작인 소설 "우주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소설 "우주전쟁"의 그러한 결말에 큰 불만은 없다. 오히려 소설을 읽을 당시엔 여운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물론 그건 소설이라는 매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기는 하다.

어쩌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관객이 웰즈의 원작 "우주전쟁"을 읽어 본 적이 있는지 여부에 있는지도 모른다. 100년 전에 나온 SF 고전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대히 보아줄 수 있는 점들이 현대 SF물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허술해 보이거나 납득할 수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애시당초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고전을 본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덧붙임 :

다코다 패닝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워낙 소리를 많이 질러서 귀가 아프기는 하지만. 그리고 아들 녀석은 정말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