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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안녕하세요"

by kirang 2014. 9. 3.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9년 작품이다.

옛날 영화임에도 무려 칼라 화면이다. 덕분에 흑백 영화 특유의 현실과 분리되는 느낌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기승전결로 진행된는 일관성 있는 이야기라기보다 에피소드의 모음에 가깝다. 마치 일일 연속극의 특별 편집판 같다는 느낌도 들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70년대 명랑물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아역 배우들의 엉뚱함과 귀여움을 활용한 유머는 여전히 효과적이어서 관람 중 여러 차례 웃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활약한 귀여운 아역 배우들은 지금 60~70세가 훌쩍 넘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눈에 띄었던 것은 1959년 당시의 일본인들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윤택하였다는 것이다. 등장 인물들의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이 깔끔한 편이며, 도쿄 인근 마을이라고 하지만 평범한 서민 계층 가정에서 매끼 하얀 쌀밥을 먹는다. 심지어 아이들은 꽁치 반찬과 돼지고기국을 먹는게 지겹다며 반찬투정을 하는데, 한국의 50년대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50년대에 고깃국을 먹으며 반찬투정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의아한 점도 있다. 10대 초반의 아이들을 둔 각 가정의 아버지들은 나이가 이상할 정도로 많다. 어머니들은 그럭저럭 40대 정도로 보이는데,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60대 전후의 남성들이다. 이게 당시의 사회상을 실제로 반영한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혹자는 당시 일본 남자들이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고생을 해서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게 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하였는데, 극중 정년 퇴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나이의 문제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