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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메이즈 러너"

by kirang 2014. 9. 29.


2014년 개봉한 웨스 볼 감독의 영화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패닉 상태에 빠진 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어딘가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 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심지어 이름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곳에는 그와 똑같은 일을 겪은 소년 수십 명이 있었는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일정한 규모의 공터는 거대한 벽이 둘러싸고 있다. 벽 바깥은 움직이는 거대한 미로가 입을 벌리고 있으며 밤이면 그 미로 사이를 괴물이 돌아다닌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적지 않은 수가 된 소년들은 나름의 규범을 갖춘 사회를 만들고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을 빠져나가려고 애를 쓴다.

온갖 설정들을 부여한 가상 게임 같은 영화이다. 자의와 무관하게 잔인한 생존 게임에 던져진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헝거 게임"이나 "큐브"를 연상시키며, 소년들로 구성된 사회와 갈등, 균열 양상 등에서는 소설 "파리대왕"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흥미로운 편이다. 누가 그들을 가두었는가, 왜 그랬는가, 거대한 미로의 정체는 무엇인가, 빠져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상당히 많고, 제한 시간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미로를 달리는 소년들의 이미지는 매력적이다. 단, 어디까지나 영화 중반까지의 이야기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진 숨겨진 진실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미로를 만든 배후는 그냥 바보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글을 쓰다가 싫증이 나서 대충 써 갈기고 잠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근래 본 영화 중 '용두사미'로는 수위에 오를만하다.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막판에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할만한 설정 부분이 다 망가진 상태인지라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는다.

덧붙임

- 주인공과 대립하는 무리의 리더인 랠프 역의 배우는 "나 홀로 집에"에서 맥컬리 컬킨을 괴롭히던 형처럼 생겼다. 미국에서의 성격 못된 청소년의 전형적인 타입이랄까.

- 척 역을 맡은 작고 통통한 배우는 "파리 대왕"의 '돼지'를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