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저씨'라는 용어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이것 때문에 인터넷의 모 게시판에서는 제법 크게 논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나로서는 '개저씨'가 '김여사'나 '된장녀', '루저남' 같은 용어와 동렬에 있는지는 좀 의문이다. 인간을 집단화하여 부르는 용어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지만, 사회적 권력 구조에 따른 맥락의 이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흑인에게 '껌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단히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이지만 백인에게 '흰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한 용어 사용은 아닐지라도 '껌둥이'라고 부르는 것만큼의 비열함과 폭력성을 띤 것은 아니다. '김여사'나 '된장녀' 같은 용어가 폭력적인 이유는 그것이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생득적 부분에 대한 멸시라는 저열성에 있는 것이고, '루저남' 같은 용어가 부당한 것은 키가 작은 사람은 열등하다는 일그러진 사회적 컴플렉스를 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용어는 '존재 자체에 대한 차별'이라는 측면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부당하다.
대한민국에서 '아저씨'라는 집단은 적어도 여성이나 '키 작은 사람'과 같은 마이너리티는 아니다. 오히려 '아저씨'라고 불리는 나이대의 남성들은 대한민국의 사회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주류 집단으로 보아야겠다. 만약 이들이 보여 주는 폭력성이나 권위주의를 드러내기 위해 '개저씨'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는 범주의 레토릭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개저씨'는 '검새'나 '떡찰'과 같은 용어와 달리 '김여사'나 '된장녀', '루저남'처럼 인간의 생득적 요소를 대상으로 한 혐오감의 표출로 전화될 위험성을 일정 부분 내포하고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니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쓸 일은 없는 용어같지만, 처음 접한 인상을 정리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