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단상과 잡담

김제동 강연료 논란에 대한 단상

by kirang 2019. 6. 8.

  연예인 김제동이 대전 대덕구에서 주최한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1시간 30분 동안 1550만 원의 강연료를 받게 되었다고 논란이 되었다. 문제 제기를 한 곳은 조선일보의 만물상 칼럼이다. 논란이 심화되자 결국 강연은 취소되었다.

  1시간 30분 만에 155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게 일반인 입장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조선일보가 찌르고 들어간 것도 그러한 부분이고. 하지만 이 금액이 부당할 정도인가 하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원래 유명 연예인의 몸값이라는 것이 그렇다. 대학 축제에서 노래 몇 곡 부르고 몇 천 만원씩 받아가는 게 연예인이다. 형태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강연도 일종의 퍼포먼스다. 김제동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 1시간 30분 동안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1550만 원을 지불하는 거라면 다른 연예인들의 경우와 비교할 때 결코 지나친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중앙일보에서는 김제동의 강연료와 대학 시간강사의 임금을 비교하는 기사도 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정말 좋지 않다. 나는 김제동의 강연보다 학문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가 훨씬 가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강연'이라는 것은 퍼포먼스다. 유명 연예인은  대체하기 어려운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나 같은 무명의 사람이 염가로 동원되어 한국 고대사 강연을 100번 하는 것이 비싼 돈 주고 김제동 한 명 불러 잠깐 강연을 하는 것보다 수강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가' 하는 퍼포먼스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최초 문제 제기를 한 주체가 평소 시장 자유를 부르짖는 조선일보라는 점은 특히 고약하다. 어차피 김제동의 몸값은 시장에 의해 조절되게 되어 있다. 현재 그의 몸값이 정말 과도하다면 시장이 알아서 판단을 할 것이다. 수요는 다른 대체제로 옮겨가고, 몸값은 자연히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보수지들이 김제동을 공격한 방식을 보면 '1시간 30분'과 '1550만 원의 강연료'를 부각하며, 김제동이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인물라는 식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손석희가 MBC에서 퇴사할 때도 비슷한 여론 몰이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MBC에서 100분 토론을 진행하던 손석희의 회당 출연료가 300만 원인가 했는데, MBC 측에서는 손석희를 하차시키며 몸값이 비싸 못쓰겠다는 식으로 모욕적인 언론 플레이를 했었다. 유재석이 회당 2000~3000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알려졌던 시절의 일이다. 타 방송에서 손석희와 인터뷰를 하던 홍준표는 '거, 왜 출연료를 좀 깎지 그래요'라는 식으로 느물댔는데, 이런 식의 공격은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혔던 손석희가 알고 보면 돈을 많이 밝히는 사람이라는 식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이번 논란으로 김제동은 불러도 회당 '1550만 원'씩이나 주어서는 안 되는 연예인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 어차피 다른 수입원이 따로 있는 사람이니 큰 타격은 아닐지 몰라도 남의 밥줄을 이런 식으로 건드리는 것은 비열한 일이다. 특정 언론에게 누구의 몸값이 얼마인지를 결정할 권리도 없을 뿐더러, 김제동 외의 다른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몸값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들이대 문제삼을 리도 없기 때문에, 이번 문제 제기는 그저 자기가 싫어하는 누군가의 수입에 타격을 주려는 악의에 의한 것일 뿐 공익적 가치라는 게 희박하다.  

  김제동의 몸값까지는 시장 논리로 형성된 것이니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가의 강연료를 주고 그를 부른 지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일리가 있는 견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비판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다. 지자체 주민들로서는 김제동처럼 사회적 발언도 하고 책도 쓰는 유명 연예인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욕구를 지자체가 대리하는 게 과연 부당한 예산 낭비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대덕구 주민들은 앞으로 고가의 출연료를 받는 유명인을 만날 기회를 얻기 힘들게 되었다. 이게 주민들의 합의된 뜻이라면야 문제될 게 없겠지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