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세력들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중국인 혐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입금 금지 조치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 생각에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를 '혐오에 대한 반대'의 틀로 접근하는 게 딱히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 '혐오'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방역 차원에서 입국 금지는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전염병에 윤리적 옳고 그름은 없다.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조건이 갖추어지고, 실제 효용성이 있다면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건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이다. 질병과 방역의 문제를 굳이 윤리적 문제로 치환하는 건 불필요하게 대응의 경직성을 유발할 수 있다.
2. 그럼 정말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했어야 했나. 이건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별로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중국인을 막더라도 어차피 중국을 방문했던 한국인들의 입국은 무조건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미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염이 일어난 마당이다. 아직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외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3. 신천지에 대한 비난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 교인들도 피해자인 것이 사실이다. 전염병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려 가며 옮지 않는다. 아직 치료제도 없는 신종 병에 스스로 걸리고 싶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옮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 결과야 어떻든 본인들도 걸리고 싶어 걸린 건 아니다. 힘든 상황이 오면 '이게 다 OO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희생양을 찾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를 매개로 한 대규모 발병이 터지기 전에도 감염된 사람들의 동선을 두고 무얼 그리 많이 돌아다녔냐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병에 걸린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는 어떤 식으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나도 걸릴 수 있는 게 전염병이다.
4. 전염이 급속도로 진행되며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침착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전선에서 병마와 악전고투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과 의료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인 만큼 충분히 휴식을 취해 가며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