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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밀의 "자유론"을 읽고 자유주의를 생각하다

by kirang 2014. 8. 29.

존 스튜어트 밀은 '이성의 성자'라고까지 불리우는 자유주의 사상가이다. 그가 쓴 "자유론"을 읽어보면 소수자와 언로의 자유, 편견의 배제, 열린 토론에 대한 단호한 옹호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저개발 국가를 미숙한 어린이에 비유하며 제국주의의 지배를 정당화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근대 사상가 중 가장 열린 마음을 가지고자 했고, 또 가졌다고 평가되는 밀조차 그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을 만큼 균형잡히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유론"에는 사상과 토론과 관련하여, 어떻게 보면 진부하지만 또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이 몇 개 나온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대충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관습’은 마술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아무도 자신의 판단 기준이 자신의 기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인하지 않는다. 의견이 이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한 개인의 선호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비록 한 사람을 제외한 전인류가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부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도 부당하다."

"거의 모든 윤리적 교의와 종교적 신조의 경우, 그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상속한 것에 불과하다."

"진리는 양쪽 모두에 동등하고 무사공평한 주의를 기울이며, 양쪽의 논거가 가지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과 여론이 허용할 경우 그렇게 할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감사하고 마음을 열어서 그에게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하여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서 해야만 할 일을 우리를 위하여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도록 하자."

"모든 의견의 자유로운 발표는 발표 태도가 온화하고 공평한 토론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난폭한 토론은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악하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기 마련이며, 이는 특히 영향력이 없는 소수 의견을 대상으로 주로 저질러진다."

밀의 글을 읽다보면 자유주의라는 사상이 지니고 있는 '불온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주의가 보수 우파들이 독점한 가치인양 간주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자유주의만큼 유연하고 진보적인 사상이 어디에 있는가.

밀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부르짖는 자칭 자유주의자들은 오히려 자유주의의 적이다. 주류적 사고와 시스템에 대한 의심과 비판, 그에 따른 자기 반성과 소수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자유주의의 본령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대번에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몰리게 마련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자유주의라는 아름다운 이름마저 오염되어 있는 슬픈 곳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