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과 프레데터는 외계 괴물로는 헐리웃 영화사에 길이 남을 존재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하나의 영화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 그런데 영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그 유명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같이 나와 부둥켜 안고 뒹굴며 사랑을 나눈다는 싸운다는 것.
강력한 괴물이 둘이나 나오면 더 무서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일단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괴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공포의 초점이 분산되어 버린다. 게다가 자기들끼리 싸움박질을 하고 있으니 에일리언도 아니고 프레데터도 아닌 인간 관람객이 딱히 스릴과 공포를 느낄 이유도 없다. 그 점을 의식해서인지 감독은 영화 내에서 사람들을 참 많이도 죽여댄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철저히 소모적 존재들이라는 것. 이유도 없고 맥락도 없이 사람들을 죽여대다가 죽일 사람이 부족해지면 새로 몇 명 데려와 말 몇 마디 시켜주고 관객들이 얼굴도 익히기 전에 바로 또 죽이는 식이다. 이들이 조연이라 그런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주인공급 인물들도 조연들보다 말 몇 마디 더 하고 오래 살아남는다 뿐이지 캐릭터가 얄팍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렇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무서워 하고 싶어도 감정 이입을 할 대상도 없고, 괴물들이 등장하여 으르렁거려도 긴장이 되지도 않는다. 대상에 애정이 없으니 자기들끼리 죽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원작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과 대결하며 느끼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수작이라면,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는 원작의 캐릭터들을 빌려와 적당히 엮은 팬픽에 가깝다. 따라서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전혀 기대할 바가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