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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웰컴 투 동막골"

by kirang 2009.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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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동막골의 원작은 동명의 연극이고, 영화의 등장 인물들도 대부분 연극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배우들 간 연기 호흡이 매우 좋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강혜정으로, 기존 연극에 참여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임에도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강혜정이 여일 역에  캐스팅 된 것은 흥행을 위한 스타파워의 필요성 때문도 있었을텐데, 훌륭한 연기를 통해 자신이 얼굴마담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영화는 강혜정 외에도 출연 배우들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국군과 인민군이 한 마을에서 공존하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을 능수능란하게 엮어 낸다. 마을의 평화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미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문제를 보이는 것은 후반부이다. 다섯 명의 주인공으로 구성된 연합군 결성의 원인과 과정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배타적인 민족주의의 냄새마저 풍긴다. 남과 북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대상이다? 좋다.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힘을 합쳐서 뭘 하자는 걸까? 영화에서는 외부의 적, 폭격을 하는 미군 비행단과 싸운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아......탄식이 나온다. 

  폭격기 조종사들은 잘못이 없다. 명령을 받고 '적의 대공포 기지'에 폭격하러 가는 것일 뿐 그들은 악의를 가지고 동막골을 공격하려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연합군은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동막골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죄없는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영화가 액션전쟁물로 돌변하면서 이야기의 전반부를 통해 만들어 놓은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훼손되고, 반전평화를 이야기하는 듯했던 영화는 민족단결을 외치는 프로파간다로 전락하고 만다.  

  특수부대가 투입되고 24시간 후 폭격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마을 사람들이 피신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폭격 사실을 알리고 밤을 새워서라도 식량과 가재 도구들을 챙겨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게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떻게든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한데 뭉쳐 총질하는 뜨거운 장면을 넣고 싶었나 보다. 그 결과  영화의 후반부는 재앙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