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개봉한 다카하토 이사오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정식 개봉하였다.
"반딧불의 묘"의 국내 상영을 놓고 논란이 인 바 있다. 내용인즉 이 에니메이션에는 극우적 정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므로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자 침략의 주체인 일본이 두 아이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려내며 되려 피해자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비판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전쟁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만 바로본다는 점에서 너무 경직되어 보인다. 직접 영화를 본 입장에서, 이 영화에서 극우적 코드를 읽는 것은 무리다. 침략국의 국민이라도 충분히 전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전쟁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따라서 너희 나라가 먼저 시작한 짓인데 엄살떨지 말라고 냉소하는 건 편협하다. 침략국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것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휘말려 힘없는 아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히 병행될 수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사회적 약자인 두 아이의 고통에 집중한다.그들의 죽음은 시작부터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차근차근 정해져 있는 비극적 결말로 걸어가며 소위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것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살인을 고발한다. 이 정도면 모범적인 반전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덧붙임:
일본의 식민지로서 동일하게 태평양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작품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6.25 전쟁을 다룬 영화나 소설은 꽤 있지만 내용은 오히려 '호전적'인 것이 많고 반전 메시지를 담은 것은 많지 않다. 전쟁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선 차이에 대한 비교 연구가 있다면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