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싱거운 농담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이런 농담을 무척 좋아한다. 폭소가 아니더라도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드는 자잘한 농담들. 정재영도, 이나영도 캐릭터를 잘 살린 좋은 연기를 했다.
스토리의 개연성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일단 경찰들이 아무 증거도 없이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수색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도대체 경찰들은 도둑이 정재영의 집에 들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장물아비를 잡겠다면서 그 많은 경찰들이 잠복도 안 한 채 우글거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직업이 뻔한 정재영을 잡기 위해 야구장으로 찾아가지 않은 것도 말이 안 되고, 정재영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출두하지 않고 경찰들이 우글거리는 자기 집에서 불과 서른 아홉발짝 떨어진 이나영의 집에서 숨어 지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물론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이나영 같이 예쁘고 귀여운 스토커의 존재지만. 이건 정말 말이 안돼).
그러나 이 영화의 장르가 코메디임을 잊지 말자. 앞에서의 단점들을 상쇄할만큼 정재영과 이나영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도 악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선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도 묻어난다. 서투른 연애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호감이 생기고, 나사가 빠진 듯한 사랑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