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직관력이 훌륭하다. 다만 아무리 훌륭한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종종 '삑사리'가 날 수 있는데, 김어준의 경우 자기 확신이 워낙 강해서 조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건 김어준 고유의 캐릭터이기도 하고 매력 요소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김어준이 하는 이야기를 보면 종종 중간에 밟아야 할 논리적 사고 과정들을 생략하고 결론으로 점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제시된 근거 자료의 질과 양에 비해 너무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다고나 할까. 명쾌하기는 하다. 그리고 촉이 워낙 좋다 보니 최종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직관에 기대느라 논리의 견실함을 소홀히 한 상태에서 방향을 잘못잡으면 대책이 없다. 황우석 사태는 그의 사고 방식과 스타일이 지닌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최근 곽노현 사건과 관련해서는 본인의 당파적 성향을 기반으로 공학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곽노현 사건에 대해서 '관련 정보가 더 축적될 때까지 일단 좀 지켜보자' 정도는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를 들어 보면 '이게 다 가카의 꼼수이고, 공작이고, 곽노현은 죄가 없고'라는 식으로 흐르는 징후가 있다. 물론 곽노현 건이 이명박의 꼼수이고 공작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러한 공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한 게 곽노현 본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는 곽노현에 대한 이런 저런 인물평과 그의 행적, 진술서 등을 보았을 때 그의 소명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부적절한 행동'이나 '위법적 행동'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등에 업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일어날 필요가 없는 소동을 일어나게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위법 여부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경계선 부근에서 애매한 행동을 취했다는 점에서 곽노현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나는 진보 진영에서 곽노현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혹, 일단은 기다리자는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태도라고 본다. 하지만, 적극적인 옹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다리자’와 ‘옹호’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 김어준의 최근 언설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