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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책 "황제의 무덤을 훔치다-중국 도굴의 역사"

by kirang 2012. 2. 6.

웨난 | 상청융 | 쉬즈룽 (지은이) | 정광훈 (옮긴이) | 돌베개 | 2009

  읽다보면 서글퍼지는 책이다. 천하를 호령했던 황제들이 자신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공들여 만든 무덤들이 빠짐없이 도굴되는 광경이 400페이지 가까이 펼쳐진다. 게다가 이 도굴꾼들이 그냥 물건만 훔쳐가면 좋겠건만, 숨겨진 보물을 찾겠노라고 황제나 황후, 비빈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살아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존귀했던 이들의 시신이 죽어서는 한낱 도굴꾼들에게 발가벗겨지고, 갈가리 찢기고, 구정물에 버려지는 치욕을 당했다. 특히 청나라 황제들의 무덤은 최근에 도굴이 된 터라 그 실상이 더 자세하게 밝혀졌는데, 참혹하다. 그 유명한 강희제, 건륭제, 서태후의 시신도 모두 비참한 꼴을 당했다. 그나마 출가를 해서 무덤 안에 짚신과 부채밖에 없다는 전승이 내려오는 순치제의 무덤만이 도굴을 면했다고 한다.

  무덤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관곽에 부장품을 가득 채우는 후장은 조상을 욕보이는 행위이다. 검박한 자만이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