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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드라마 "1리터의 눈물"

by kirang 2012. 1. 16.


"1리터의 눈물"2005년에 일본에서 방영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녀의 투병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주인공 이케우치 아야 역은 영화 "박치기"에서 진짜 재일교포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와지리 에리카가 맡았다. 남자 주인공은 니시키도 료라는 친구인데,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여자 주인공의 외모와 너무 대비되는 '못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며 하는 짓이 예뻐서 그럭저럭 남자주인공으로 용인(?)하게 되었다. 나중에 유성의 인연이라는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1리터의 눈물"은 제목에서 바로 짐작이 되듯이 - 엄밀히 말해 제목의 진짜 의미는 따로 있지만 - 시청자를 울리려고 작정을 한 드라마이다. 그것도 거의 매회 그렇다. 집요하게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드라마는 한국의 최루성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자주인공이 잘 살다가 드라마 막바지에 불치병에 걸린 걸 알게 되고 남자주인공의 품에 안겨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예쁘게 죽어간다는 공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앞서 밝혔듯 이 드라마는 연애물이 아니라 투병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시작하자마자 시커먼 주인공의 머릿속 사진을 들이대며 그녀가 최악의 불치병에 걸렸음을 선언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막판에 기적이 일어나는 일 같은 것은 바랄 수 없다. 비극은 예정되어 있고, 주인공의 몸은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예정표에 따라 마비되고 망가져 간다. 물론 대중용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보다는 훨씬 미화된 모습이겠지만. 종말을 향해 가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어떻게든 늦추기 위해 저항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생존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고 있다.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역시 드라마이기 때문에 등장 인물과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은 픽션이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작위적이고 도식적인 연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눈물샘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고 마음에 울림을 준다. 누군가가 실제로 겪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는 끔찍한 불치병의 비극성과 현실성이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와지리 에리카의 경우 현재 꽤나 안 좋은 쪽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만큼은 참 곱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