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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박근혜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인 것이 아닐까

by kirang 2016. 10. 26.


  2016년 10월 25일 오후 4시. 박근혜 대통령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TV 화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1분 30초 동안 자신이 최순실에게 연설문 작성에 일부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후 황망히 자리를 떴다. JTBC 뉴스룸이 최순실이 사용하였던 컴퓨터 파일 내용을 보도한지 20시간 만의 일이었다.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설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소문이 무성하였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이 소문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그 일'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의 대국민 사과 내용조차 거짓말이었다. 당일 JTBC 뉴스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연설문이 전부가 아니었다. 최순실은 외교, 경제, 인사와 관련한 온갖 기밀 문서들을 사전에 열람하였다.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유출되고, 사이비교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 일개 주부가 주물럭거렸다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기밀을 요하는 국가 주요 정책들마저 최순실에게 일일이 보고 되고 있었으며, 그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건 '비선 실세' 따위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위임된 국민 주권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여자가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 시스템의 중추가 붕괴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박근혜가 과거 하였던 말들을 복기해 보자. 그는 총선을 앞두고 '진실된 사람'을 운운하였다. 이 표현조차도 최순실의 입에서 나온 것을 옮긴 것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박근혜 입장에서 '진실된 사람'은 최순실 같은 사람을 의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최순실은 박근혜가 대통령 영애로 청와대에 살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고, 10.26 이후 박정희 일가가 몰락한 이후에도 이러저러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박근혜가 대국민 사과에서 언급한 '어려울 때 도와주었다'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1979년 김재규의 총에 사망할 때까지 장기 독재를 하였다. 자연히 그 딸인 박근혜의 성장기는 공주의 삶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해당하며 상황이 급변하였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등을 돌리는 경험을 하였다. 아마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손을 내밀어 지원해 주었던 것이 사이비 종교인인 최태민과 그 일가였다. 박근혜가 느꼈던 고마움의 크기는 참으로 컸을 것이다. 어려울 때 도와 주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참된 지인이라고 생각하였을 법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보자. 박근혜에 대해서는 평생 자기 힘으로 무엇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조차도 최씨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말조차 나오는 상황이다. 그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박근혜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애초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이 주업인 정치인과는 안 맞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뚜렷한 자기 생각도 없고 무언가를 주도하지도 못하는 성격이라면 대통령으로서는 결격 사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도 그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 아닐까.

  박근혜는 과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는 기자 회견 자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는 말 실수를 하였다. 어떤 사람은 '실수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 프로이트를 인용하며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기 싫어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런데 이를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싫어했다'가 아니라 '두려워 했다'고 살짝 고쳐 본다면 어떨까. 대통령을 하고 싶기는 했으나, 동시에 자신이 그 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면 훨씬 아귀가 맞는다. 과거 노무현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첫해에는 긴장도 많이 되고 내심 본인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임기 1년이 지나면서 비로소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박근혜의 경우 본인의 두려움과 무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표면화할 수는 없기에 결국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실한 사람'에게 은밀히 국가 운영의 짐을 떠넘겼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최순실은 자기 딸 정유라가 학교 생활에 트러블이 생기면 어김없이 찾아가 고함을 지르며 일을 해결하는 드센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박근혜와 달리 외향적이고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최순실은 박근혜가 양도한 그 위험하고도 무거운 권력을 기꺼이 누렸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는 과거에는 최태민, 그리고 그가 죽은 이후에는 그 뒤를 이었다고 하는 최태민의 딸 최순실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박근혜는 생물학적 나이만 노인일 뿐,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어린아이 상태에 놓여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좌고우면하며 한 발짝도 떼지 못할 정도로. 그렇지 않고서는 당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은 비극이다. 그리고 그의 임기는 아직 1년 4개월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