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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화 문제에 대해 한 마디 더

by kirang 2018. 1. 23.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여자 하키 단일화와 관련하여 정부를 옹호하는 사람들 입에서 '어차피 출전권도 정부가 만들어 준 건데, 마치 자기들 힘으로 딴 것 처럼 군다'는 식의 말까지 나온다. 이건 너무 비열하지 않은가.

  개최국 출전의 어드벤티지는 룰의 문제이다. 정하기 따라 적용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축구 월드컵의 예에서 보듯이 스포츠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제도이다. 적어도 이걸 가지고 자격을 운운하며 시비 거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니고 자국민이 이런 문제로 국가대표의 자격과 능력을 폄하하고 공격하다니!!

  '단일화로 인해 관심을 받게 됐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 관심을 받기는 받았다. 그런데 이게 선수들 입장에서 달가운 관심인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언제 '남북 통일의 선봉, 평화의 상징'으로의 관심을 바랐나? 승패를 떠나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내고,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박수 받기를 원했겠지.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여기 참여해 자신의 기량을 원없이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간직할 자부심이요, 명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정치가 개입되었다. 심지어 여자 하키팀만 단일화하겠다는 이유가 '어차피 메달권도 아니'라는 데 있다면, 선수 입장에서 자존감에 상처가 안 될 수가 있겠나. 오랫동안 노력하며 꿈꾸어 왔던, 자기 인생에 둘도 없을 진검승부가 한순간에 보여 주기식 '이벤트 경기'로 변질되어 버렸는데, 피해 의식이 안 생길 수가 있을까.

  정부가 추진한 단일화 과정이 반감을 사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스포츠 경기 자체에 대한 존중, 당사자인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눈꼽만큼도 안 보였기 때문이다. 높은 분들이 그리는 큰 그림에 비하면 메달도 못딸 아이스하키 경기 따위야 '그깟 공놀이'에 불과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