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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by kirang 2019. 3. 2.

  2018년 개봉한 대니얼 J. 클라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지구 평면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다큐를 보니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었고, 제법 규모도 큰 집단이었다. 이들의 사고 방식은 우리나라의 사이비 역사 신봉자들과 매우 유사해서 좋은 ‘학제적’ 공부가 되었다. 

  다큐 후반부에 과학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지구평면설을 믿는 이들을 간단히 경멸하거나 무시하고 밀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경청할 부분이 있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이 나사의 예산을 심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유투브 스타 정도가 아니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이라면?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거액의 국가 연구비를 받고 있고,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학술모임에 참석한다면?

  지식인들의 약점 중 하나가 지식과 논리의 힘을 너무 낙관한다는 것이다. 무지와 반지성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세다.


  *덧붙임
  영화 말미에 지구가 평면임을 증명하려고 실험을 했는데, 오히려 곡면임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오자 당황해서 '인터레스팅....인터레스팅...'하면서 말을 못잇는 장면을 보고 빵 터졌다. 물론 이런 '사소한 실험 오류'에 굴복할 음모론자들이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