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에서 개봉하고, 2020년 한국 넷플릭스에 공개된 애니메이션이다.
명작 게임으로 꼽히는 드래곤 퀘스트 5의 스토리를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도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원작을 따르지 않고, 최근의 최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연출하였다. 원작과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충분히 완성도가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제한된 영화 러닝타임 안에 우겨 넣느라 축약판 스페셜 드라마 같은 느낌도 든다. 원작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가 산만하고 분절적이라 느껴졌을 법하다. 그러니까 애초에 원작을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두 여주인공인 비앙카와 플로라가 무척 매력적으로 나온다. 비앙카의 경우 원작 이상으로 사랑스럽게 묘사되고, 플로라 캐릭터의 재해석도 신선했다. 특히 주인공의 프로포즈 장면과 특유의 BGM과 함께 천공의 검이 뽑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마무리인데...... 왜 원작 게임의 팬들에게 욕을 먹는지는 알겠다. 다만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욕을 먹기에는 억울한 구석이 있다. 내가 보기에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 이 게임과 함께 한 소중한 추억에 대한 찬사다. 그럼에도 원작 팬들이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며 분노하는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문제의 장면 직전까지 영화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이미 스토리에 몰입해 있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싹뚝 잘라버린 게 문제였다. 제작진이 아무리 억울해 해도 결국 실패한 연출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