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과 같은 기사가 떴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5·18 망언' 김순례 규탄 성명 철회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917
"김순례 동문은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장사라고 말한 일과 5·18 민주유공자들을 이상한 괴물집단이라고 칭한 일을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후배들을 부끄럽게 만든 동문으로서 책임져야 할 것"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위와 같은 비판적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성명은 논의 끝에 결국 공식 철회되었다고 한다. 5.18에 대한 평가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은 사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철회 사유 중
1▲숙명여대의 이름으로 총학생회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보임
이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사고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총학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대변자로서의 역할까지 위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총학생회의 역할이 '교내 축제 준비'라든지, '시험 기간 중 간식 배포' 같이 교내 복지에 국한되었다고 여기는 학생들이라면 총학의 정치적 발언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음 사유들은 조금 놀랍다.
2▲동문 규탄으로 인해 숙명여대의 대외적 명예가 실추
3▲동문 규탄은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검열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일조
4▲정치적 행동을 이유로 동문을 규탄하는 것은 향후 숙명여대 내의 여성 네트워크 형성을 저해
2의 경우 나이 지긋한 이들이 가득한 학교 총동문회 같은 데서 나온 주장이라면 그럴법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동문회라는 데가 원래 그런 데니까. 그런데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위 학생회들에서 수합된 이야기라니, 놀라운 퇴행성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퇴행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원된 3과 4의 주장은 정말이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숙대 총학생회의 성명이 실제로 철회된 이상 보편적 도덕 감각과는 10만 8천리쯤 떨어져 있는 이 괴설은 이 학교 구성원들의 공식 입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과거 윤리적 당위를 가졌던 '저항적 민족주의'가 파시즘과 결합하였던 것처럼 페미니즘도 파시즘과 결합하는 게 가능하다는 명시적 사례가 확인된 셈이다. 페미니즘을 보편적 인권의 범주로 자연 인식하였던 시대가 종료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