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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보편적 준칙의 추구가 사라진 사회

by kirang 2021. 12. 6.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에 보편적 준칙을 추구하는 태도가 사라져 버렸다. 정파성과 진영 논리가 판을 치면서 우리 편의 행위는 무엇이든 눈물의 쉴드, 상대 편의 행위는 무조건 트집과 비난으로 일관하는 게 만연해 있다. 해당 사건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이 나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인가 여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니, 내로남불과 궤변이 판을 친다.

  사람인 이상 팔이 안으로 굽는 성향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 판단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이가 비위 등 부정적 이슈에 휘말렸을 때를 가정해 보자.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옹호 해주고픈 마음이 들게 되어 있다. 이때 내 태도의 객관성을 점검하기 위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대상이었을 경우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존재를 대입해 보았을 때 비난의 욕구가 치밀어 오르다면, 확실히 나는 해당 사건을 편향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싫어하는 존재를 대입해 보아도 여전히 옹호가 가능하다고 느낀다면, 해당 사건을 대하는 나의 입장은 나름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내가 지니고 있는 행동 윤리의 준칙으로 보아도 좋다.

  나에게 일관된 행동의 준칙이 있다면, 이를 다른 이들도 지키는 사회적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관성만 있다면, 사회 일반에 통용되는 보편적 규범으로 합의하기 위해 토론과 조율하는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형성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지금처럼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혐오와 내로남불을 시전하며 뒤집고 뒤집히는 이전투구가 판을 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