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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세금폭탄' 내지 "내 세금으로 왜 부잣집 애들 밥을 먹이느냐"는 주장에 대한 검토

by kirang 2011. 8. 23.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무상급식을 하면 '세금폭탄'이 떨어지고, 국가재정이 무너져서 나라가 망한다론는 게 하나이고,"내 세금으로 왜 부잣집 애들 밥을 먹이느냐"는 게 또 하나이다. 도대체 그 세금폭탄이라는 것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내 돈으로 밥을 먹는 부잣집 애들의 실체가 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3조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약 300조라는 점.



이 두 가지 팩트를 기반으로 산수를 해보자
.

1년 예산이 300조인 나라에서 3조의 예산이 더 필요한 것이니,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내던세금의 1% 정도를 더 내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에서 부담해야 되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가구당 연 평균소득은 4,358만 원가량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약 20%이니까 

세금은 소득의 20%를 내는 것으로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나라의 평균 가정이 1년에 부담하는 세금이 871만 원 정도가 된다. 이 액수의 1%가 증가하는 것이니까 무상급식을 할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수입을 올리는 가구가 1년에 내야 하는 세금은 87,160원이 늘어나게 된다. 언뜻 생각해 보면 이것도 내기 싫다는 마음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내는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이브되는 돈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아이 1명이 있는 집에서 학교 급식비로 들어가는 비용은 연 50만 원 가량이다. 즉, 세금은  1년에 8만 7,160원이 늘어나지만, 원래 나가야 할 돈 50만 원은 그대로 굳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완전히 남는 장사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12년 동안 무상급식 지원을 받는다면, 가구당 무려 600만 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인 가정의 경우 무상급식을 하는 쪽이 금전적으로 확실히 이득이다. 반면 그 이상인 가정은 소득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손해가 된다. 나가는 세금이 많아지니까. , 집에 아이가 2명인 경우는 무상급식으로 받는 혜택도 두 배가 되므로, 연 소득 1억 원인 경우 수입과 지출이 같아진다. 아이가 3명인 경우는 연 소득 15,000만 원인 경우 셈셈이 된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무상급식의 최대 수혜대상은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손해를 보는 집단은 자녀가 없는 독신자나 고소득층이 되겠다
 


더구나 세금 중에는 소득에 따른 누진세라는 것도 있고, 우리나라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 등도 있기 때문에 증세 시 일반 가정이 부담해야 할 세금의 무게는 위의 계산보다도 훨씬 더 적다고 볼 수 있다. 고로 무상급식이라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부자 애들 먹여 주는 거라는 식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상급식 논쟁은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한 위에서 논해져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내 피 같은 세금으로 왜 이건희 손자에게 밥을 먹여 주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세금은 나만 내는 게 아니다. 이건희도 세금을 낸다.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이건희 같은 부자가 1년에 내는 세금이 100억 정도라 가정해보자.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이에 대한 재정 마련을 위해 세금을 1% 더 늘릴 경우 이 부자는 1년에 1억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는 자기 손자한테 연 50만 원어치 밥을 먹이는 혜택을 받게 된다. 1억 빼기 50만. 이 사람은 무상급식 때문에 9,950만 원을 손해 본 셈이다. 즉, 무상급식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이건희 같은 부자들의 돈을 더 거두어서 저소득층, 중간층 아이들을 먹이는 정책인 것이다. '내 세금으로 이건희 손자 먹이기 싫다' 운운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당위성을 논하면서 애들 마음의 상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나는 그보다 국가의 양육비 지원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급식비라는 게 결국은 양육비다. 이걸 국가가 일정 부분 보조해 준다는 거다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 문제인데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양육비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늦추고, 돈이 없어서 애를 적게 낳는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다. 지금의 저출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인구의 감소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와 사회적 부담으로 몇십 년 안에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무상급식이라는 것은 이러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대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그것이 정당한가, 필요한 일인가,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현재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두 조건 모두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는 정책이다. 부의 재분배, 출산율 제고, 아이들의 정서 보호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현재 돌리고 있는 국가예산의 1% 정도의 예산이라면 소폭의 증세, 혹은 증세 없이도 기존 예산의 조정 정도로 사회가 큰 부담없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 불가하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목조목 밝히고 따질 일이지 '세금폭탄'이나 "내 세금이 왜 부잣집 애 입으로" 따위의 선동을 하는 것은 저열한 행태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