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이 망상과 거짓말로 가득찬 엉터리 책들을 찍어내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사례를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성균관 대학교에 있는 위가야라는 분이 찾아낸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사이트에 실려 있다.
‘한사군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산물인가 2 (http://www.ikaa.or.kr/webzine/read.php?pid=8&id=46)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덕일은 최근 출간한 자기 책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든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 학자인 담기양이 만든 "중국역사지도집"을 베꼈다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담기양의 지도에서 '고구려군'이라는 표기를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신이 나서 다음과 같이 떠들어 댔다.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은 한나라 소속인 고구려현을 만주와 평안북도 일대로 표시했고,『동북아역사지도』는 이것을 베꼈다. 그런데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은 우습게도 서한(서기전 202년~서기 8년) 때의 지도라고 설명해 놓고 고구려 ‘군郡’이라고 표기했다. 『한서』「지리지」에는 고구려군이 없다. 한사군의 하나인 현도군에 고구려현이 있을 뿐이다.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은 왜 『한서』「지리지」에 있지도 않은 고구려군을 만주와 평안북도 일대로 그려놓은 것일까?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둔갑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다. 고구려가 처음부터 한나라 소속의 군이었던 것으로 설명해야 고구려의 전 역사를 중국사로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일, 2015,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만권당, 133쪽.
그러니까 이덕일의 말은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세운 현도군에는 '고구려현'이 있을 뿐, '고구려군'은 원래 있지도 않은 것인데 담기양이 지도에 '고구려군'이라고 표기하며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둔갑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담기양의 지도가 출간된 것은 1980년대이고, 동북공정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이기 때문에 뭔가 시간의 선후 관계가 안 맞는 것 같다는 기분은 일단 접어 두자. 그리고 '현'이 '군'으로 표기되는 게 어떻게 '고구려의 전 역사를 중국사로 포함'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의아함도 잠깐 넣어 두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덕일이 득의양양하게 폭로한 '고구려현을 고구려군으로 바꾼 역사왜곡 행위'가 진짜인지 여부이다. 이게 사실일까?
이덕일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노(No)이다! 게다가 이게 내막을 알고 나면 배를 잡고 웃지 않을 수 없는 1급 코미디이다. 이덕일이 야심만만하게 내민 폭로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짓인지는 담기양의 지도를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담기양의 지도. 클릭하면 커진다)
실상은 이렇다. 담기양 지도에는 애초에 '고구려군' 따위는 없다. 그냥 비스듬하게 '고구려'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위에서 아래로 '현도군'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이덕일은 비스듬하게 인쇄된 '고구려'와 위에서 아래로 인쇄된 '현도군'의 '군'을 붙여 읽고는 '고구려군'이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착각은 화려하게 날개를 달고 망상이 되어 '고구려를 중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으로 화하고 만다.
이것이 이덕일의 수준이다. 감춰진 진실을 찾아 알리는 외롭고 정의로운 학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덕일이 벌이는 짓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이렇게 허접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사람이 출판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역사 저술가이자, 어리석은 국회의원들을 주물럭거리며 멀쩡한 동북아역사재단을 뒤흔들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점이 정신 아득할 뿐이다. 혹시라도 아직 이덕일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주장한 '고구려군=동북공정설'과 담기양의 지도를 번갈아 보면서 한시라도 빨리 객관적인 시각을 되찾기 바란다.
그리고 이덕일에게도 한 마디. 노안이 온듯하니 빨리 돋보기 안경 하나 맞추기를 권하는 바이다. 다행히도 머리와 달리 시력은 가까운 안경점에 가면 금방 교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