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단상과 잡담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하여

by kirang 2017. 5. 11.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는 기호 1번의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이었다. 선거를 치르면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나중의 기억을 위해 후보별로 몇 가지 생각을 남겨 놓는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선거 기간 중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초반부터 유력한 당선 후보였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였고, 실제 투표에서도 41.1%의 득표를 하였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아마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 편한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여유있게 1위를 수성하였다.

  중간에 안철수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여 문재인의 턱끝까지 추격해 왔던 게 유일한 위기였다.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겼고 무사히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기는 하지만 보유한 의석수는 절반에 30석이나 부족한 120석이다. 국정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바른정당과의 협조 관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본인의 성품은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코어 지지층이 다소 극성이고 과격한 모습을 보여 문제이다. 문재인의 지지자들은 과거 노무현 때의 경험 때문인지 문재인에 대한 작은 공격에도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웠지만 국가 통치를 얼마나 잘 준비하였는지는 미지수이다. 장관이나 광역시장, 도지사 같은 행정 경험이 전혀 없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 기간도 매우 짧았던 데다 임기중 딱히 눈에 띄는 입법 활동도 없었던 탓이다. 다만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근무하였던 경험은 플러스 요인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만큼 좋은 참모들의 보좌를 받아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기호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선거 기간 중 보여 준 모습을 보면 '천박한 속물' 정치인 그 자체이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교양과는 담을 쌓은 티가 난다. 최종 득표율은 24.0%로 2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후 '샤이'라는 표현이 많이 유행하였는데, 홍준표의 지지자들이말로 '샤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이들이다. 차마 부끄러워서 홍준표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못하였던 것일까. 여론 조사 때보다 실제 투표에서의 득표율이 가장 크게 상승한 후보이다. 

  선거 기간 중 아연실색할 만한 막말을 여러 차례 하였는데, 막발을 새로운 막말로 틀어 막는 신공을 펼치며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정치인 홍준표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 할 수도 있겠다. 워낙 기대치가 낮다보니 무슨 짓을 해도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는 식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물론 홍준표의 매력을 논하기 이전에 지지자들의 양식 수준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홍준표의 입담이라는 것이 술집에서 노인들이 떠드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주요 후보 다섯 명 중 20대 지지율 꼴찌, 70대 이상 지지율 압도적 1위를 차지하였다.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선거 기간 중 무서운 기세로 지지율이 상승했다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하락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심하게 탄 후보는 없을 것이다. 본인도 아쉬움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유순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성공한 사람 특유의 독선적인 면과 나르시시즘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꽤 타격을 주었던 아내의 1+1 교수 임용 건은 그가 가지고 있는 특권 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은 그 정도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고 보아야 하겠다.

  대선 패배가 확정되었지만, 정치를 그만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일정수의 열성 지지자들이 있으니 전열을 가다듬고 대선에 재도전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다음에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의당과의 관계도 문제이다. 아무리 보아도 안철수와 국민의당 의원 다수는 동지적 관계라기보다 비지니스적인 관계로 보인다. 한쪽은 정당이라는 발판이 필요해서, 다른 한쪽은 지역 정당이라는 실체를 덮어줄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 필요해서. 과연 이 어정쩡한 관계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기호 4번 바른정당 유승민

 유승민은 여러 차례 개최된 대선 후보간 토론을 통해 스마트한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가 내세운 '따뜻한 보수'는 딱히 유권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듯하다. 최종 득표율은 6.8%. 심지어 유승민보다 그 딸인 유담이 출마했다면 더 많은 득표를 했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상식대로라면 박근혜 탄핵이라는 국면 속에서 홍준표와 유승민의 지지율은 정반대로 나오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보수 유권자들은 상상 이상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자들'이었다. 박근혜를 뽑아 그 사단을 낸 이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이번에도 저질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다. 그 결과 지지층의 수준을 '과대평가'하였던 바른정당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바른정당은 본래 탄핵 국면을 맞아 반기문을 대선 후보로 맞아들이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정당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반기문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 순간 사실상 존재 기반이 크게 무너진 셈이다. 최근의 소속 의원 집단 탈당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앞날이 매우 어둡다. 아직은 간신히 원내 교섭단체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평생 거대 정당 소속 의원으로 꽃길만 걷던 이들이 과연 풍찬노숙을 견디며 이념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기호 5번 정의 당 심상정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소속 의원 집단 탈당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유승민을 응원하며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작 본 투표에서 본인은 유승민보다도 적은 득표를 하여 약간 머쓱한 감이 있다. 군소 정당 후보이면서도 대선에서 완주를 하였다는 점, 역대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의당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상정과 노회찬 외에 스타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 또 문재인 정부의 출현으로 인하여 당의 한 축인 참여계 사람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이다.

  내가 특히 궁금한 것은 유시민의 행보이다. 어찌어찌 정치적 행로를 걷다가 정의당에 자리잡기는 하였지만, 골수 친노라 할 수 있는 유시민은 역시 문재인 옆자리에 서 있는 편이 잘 어울려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정의당이 협력적 관계에 있다면 유시민이 가교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충돌이 발생한다면 과연 유시민과 참여계 당원들은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게 될까. 다음 지방 선거에서 정의당의 참여계가 집단 탈당을 하여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하여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후보들

 언급할 가치가 없다. 기호 6번 조원진의 경우 곰 세마리를 개사한 선거송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대선 후보 선거송도 이렇게 조악하고 한심할 수 있구나 보여 줬다는 점에서 눈꼽만한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