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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고등학생 제1저자 논문 건에 대한 몇 가지 단상

by kirang 2019. 8. 30.

1. 고등학생이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있는가
  지금까지 나온 정보들로 미루어 볼 때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장 교수가 제1저자를 겸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상황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의 딸이 실제 실험에 참여해 일정한 기여를 하였고, 영어로 된 논문 작성에도 기여를 하였다는 게 사실이라면,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오르는 것 정도는 가능한 일로 보인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공동 저자 중에서도 제1저자로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책임저자인 장 교수가 상당히 호의를 베푼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책임저자로서의 재량 범주 안에서 가능한 호의였는지, 연구윤리 위반에 해당하는 '선물'이었는지는 당시의 연구 노트 등을 통해 조국 후보자의 딸의 기여도를 보고 판명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이 참고가 된다. 몇몇 가정과 상황이 갖추어진다면, 조국 후보자의 딸이 초고를 작성한 게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 제1저자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제 1저자 파동에 감춰진 또 다른 문제들("The Sience Life",2019. 8. 26. )

http://thesciencelife.com/archives/3720?fbclid=IwAR2qepUGDGu_1F_rSK7B-xioAmJdOkDg1dApuragqc83r8kxhnGpiCTRfZE


2. 입시 반칙이었는가
  그렇게까지 보기는 어렵다. 정황상 학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요청을 받아 스펙 형성에 도움을 주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이것이 신문지상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기 위한 요령으로 언급될 정도로 흔한 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명망 있는 직업을 가진 학부모들을 보유하지 못한 학교의 학생들로서는 박탈감을 느낄 상황은 맞다. 상류층의 특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도 맞다. 다만 당시 입시 제도에서는 이게 반칙이나 편법으로 규정된 행위는 아니었다. 룰 안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정도로 여겨졌다(현재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고교 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비교과 활동을 기입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입시 때 쓴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보면, 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단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쉽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으며"라고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이 전부이다. 이 소개서의 문장을 보면 자신이 의학 논문의 제1저자라 과시하지 않았고, '공동저자'라고도 하지 않았다. "이름이 논문에 올랐다"는 정도의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다. 이 정도면 입시에서 자신이 의학 논문의 제1저자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선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당 경력이 고려대 합격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3. 논문에 문제가 있는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로 보면 이 논문이 획기적인 내용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험 방식도 해당 분야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던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조국 교수의 옹호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애들 숙제'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 어쨌든 학술지에 실린 전문적인 글이다. 이 논문이 연구윤리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책임 저자인 장 교수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조국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집회에 대해
  대학생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회를 열 권리가 있다. 설사 그 주장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교수가 나서서 C+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너무 권위적이고 무례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회를 주도하는 학생들이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문제삼기도 하는데, 이 역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누구나 정치적 성향은 존재하며, 이번 건의 경우 현 정부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하나의 목소리로 인정해 주는 것이 맞다.

* 추신 : 조국 후보자의 딸이 '선물 저자'일 가능성에 더 무게감을 두는 견해도 있다. 차분하고 좋은 글이라 여겨져 함께 링크해 둔다.

조국 교수의 딸 논문의 이슈가 주는 교훈

http://openandcreative.net/xe/heart/15241?fbclid=IwAR02BfLpw7p95ftWpIQQEbP7Eojpcv0Asg-hFwhhdvHcam7z-V-D-FMaw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