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반일 종족주의"를 다 읽었다.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강렬한 정서적 충격을 주는 건 글쓴이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저자인 이영훈의 글 행간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에너지(다크 포스)는 정말 대단하다. 진정 가슴으로 쓴 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영훈은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해 샤머니즘적이고 야만적이며, 미개한 정신세계라 끊임없이 비판한다. 그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증오와 원한, 인정욕구와 집착의 감정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짚이나 나무로 인형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바늘 같은 걸 찌르면서 저주하는 것을 무고(巫蠱)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이 이영훈이 내린 저주의 기운을 품고 있는 인형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영훈이 이 책에서 묘사한 대로라면 한국 역사학계는 '반일 종족주의'에 찌들어 있는 극렬한 좌파 쇼비니스트 집단이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이덕일 같은 쇼비니즘 사이비 역사학자들은 한국 역사학계를 '친일 식민주의사학'에 찌들어 있는 매국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어떻게 동일 대상의 정체성에 대해 이런 정반대의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까. 정말이지 두 집단이 만나서 한국 역사학계가 '친일 매국 집단'인지 '반일 종족주의자' 집단인지 판가름하는 토론회라도 열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