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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자동차 왁스 "소낙스 '브샤디' VS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

by kirang 2021. 6. 23.

  자동차 왁스를 형태상으로 구분하면 고체 왁스와 물왁스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고체 왁스 쪽의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작업이 불편하다. 반면 물왁스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쉬운 작업성이 장점이다.

  어떤 형태의 왁스든 주기적으로 발라 주면 차량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왁스는 커녕 가끔 자동세차 돌리는 정도가 차량 관리의 전부인 사람도 많다. 물왁스라도 바르는 사람은 차 관리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축에 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셀프 세차와 디테일링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고체 왁스의 사용은 다소 부담스럽다. 나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고체 왁스는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물왁스를 사용키로 하였다. 

  초보 세차인에게 차량용 물왁스로 많이 추천되는 제품이 있다. 소낙스의 '브릴런트 샤인 디테일러', 일명 '브샤디'이다. 2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양은 750ml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발수력과 지속력이 좋다는 평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실제 브샤디를 시공한 결과 소문대로 비온 뒤 맺히는 비딩이 우수하고, 지속력도 준수하다고 느껴졌다. 다만 '브릴런트 샤인'이라는 화려한 제품명이 무색하게 광택 효과는 거의 없었다.

  브샤디에는 꽤 심각한 단점이 있는데, 바로 슬릭감이 안 좋다는 점이다. 슬릭감이란 차 표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을 때 마찰력 없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을 말한다. 브샤디를 시공할 경우 차 표면은 엄청나게 뻑뻑해진다. 과장 좀 보태면 설겆이 후의 식기마냥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다.

  실제 경험해 보니 간과하기 힘든 단점이다. 차를 운전하다보면 도로의 작은 돌이나 모래가 튕겨 차체에 부딪히는 일이 있다. 차 표면의 슬릭감이 안 좋을 경우 이때 접촉면이 긁혀 흠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먼지나 꽃가루도 슬릭감이 나쁜 차에 더 잘 달라붙을 것이다. 왁스를 도장면에 바르는 이유가 눈, 비, 먼지, 꽃가루, 잔돌 등으로부터 차 표면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브샤디의 기능적 한계는 명확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샤디에는 발수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자동차에 왁스를 바르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요소는 발수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비를 맞았을 때 비딩이 얼마나 예쁘게 잘 맺히느냐는 직관적으로 왁스의 성능을 가늠하기 좋은 요소이다. 하지만 발수력이 일정 수준 이상만 된다면, 예쁜 비딩각이라는 눈요기 외에 차 표면의 보호라는 본질과 크게 관련된 요소인가 싶다. 자동차 왁스의 기능에서 발수력보다 주목해야 건 오히려 슬릭감이 아닐까.

  왁스에서 기능적으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를 꼽자면 지속력이다. 세차를 주 단위로 하면서 그때마다 왁스를 바르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월 단위로 세차를 하고 왁스도 가끔 바르는 사람에게 지속력 안 좋은 왁스는 의미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루미너스에서 나온 "블랙 그래핀 에디션"은 꽤 괜찮은 대안이다.

  루미너스의 블랙 그래핀 에디션은 우선 작업하기 편하다. 차 표면에 칙칙 뿌리고 타월로 바로 문지르면 쓱쓱 닦인다. 슬릭감도 괜찮다. 슬릭감에 특화된 제품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차 표면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부드럽게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발수력이 나쁜 것도 아니다. 비를 맞은 후 보니 비딩도 예쁘게 형성된다.

  작업 후 생각 외로 만족감을 주는 장점도 있다. 광택 효과이다.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을 바르면 눈에 띄게 차의 광택이 좋아진다. 주차장에서 주변의 차들과 비교해 보면, 내 차가 유독 반짝반짝하고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어 흐뭇하다.

  문제는 지속력인데, 제품 소개에 따르면 6개월 간 성능이 유지된다고 한다. 이걸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는 지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래도 두어달에 한번 쯤에 덧발라 주는 식으로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루미너스 블랙 그래핀 에디션의 가격은 500ml에 3만 8000원이라 브샤디의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작업 편이성과 성능 면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성능의 차이가 명확한 만큼 가성비 따지며 만 몇 천원 아끼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만족도가 높은 이 제품을 쓰는 게 나은 것 같다.

 

* 추신 :  몇 번 사용하다보니 블랙 그래핀 에디션의 단점이 확인되어 추가로 기술한다. 적정양보다 넘치게 사용하면 차 표면에 얼룩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이 적정양을 조절하는 게 좀 까다롭다. 왁스를 칙 뿌리고 바로 타월로 쓱쓱 문지르되, 차 표면에 약제가 남지 않도록 타월의 마른 면을 잘 뒤집어 가면서 신경써서 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디테일하게 따지면 꼭 좋지만은 않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