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단상과 잡담

이지성에 대한 재비판

by kirang 2015. 8. 11.

  다음 글은 일전에 포스팅한 '인문학 무당' 이지성에 대한 비판(http://kirang.tistory.com/718)에 달린 댓글에 대한 나의 답글이다. 내용이 다소 길어져 독립시켜 포스팅한다.


 "아인슈타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인문고전을 통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지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인과 관계를 자기 멋대로 설정한 것이지요. 조선 시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지성이 중요한 인문 고전으로 꼽는 논어, 맹자 같은 사서 삼경. 조선 시대 선비들은 모두 다 통째로 줄줄 외웠습니다. 그런데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사서 삼경을 암송했던 그 수많은 조선 시대 선비들 중 우리가 천재라고 부를 만한 범상치 않은 사람이 몇이나 나왔습니까. 

  이지성의 주장은 이런 식입니다.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이 천재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사서 삼경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사서 삼경을 열심히 읽으면 율곡 이이나 다산 정약용처럼 천재가 될 수 있다.' 물론 두 말할 필요 없이 헛소리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이와 정약용은 천재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쌀밥을 먹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쌀밥을 열심히 먹으면 천재가 될 수 있다' 수준의 소립니다. 

  인문 고전 열심히 읽고도 천재는 커녕 그저 그런 인생을 산 평범한 사람의 수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 역사상 인문 고전 공부하고 라틴어 공부한 전체 인원 대비 천재의 수가 몇 퍼센트나 되겠습니까. 천재가 괜히 천재입니까, 극히 드물게 나오니까 천재이지요. 인문 고전을 공부해서 천재가 된 게 아니라, 그냥 천재가 인문 고전을 공부한 겁니다. 이런 현실을 은폐하고 극히 일부의 성공 사례만 부각시켜 허황된 주장을 펼치니 사기라는 지적을 받는 것입니다.

  앞선 덧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인문 고전 읽는 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독서는 지적 능력이나 생각의 유연성을 길러 주고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이지성도 여기까지만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니까요. 

  이지성의 차별성은 인문학 공부를 '부의 획득과 사회적 성공'에 결합시킨 데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부의 획득과 사회적 성공을 갈망합니다.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탁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그 방법이 뭔지는 잘 모릅니다. 여기에 이지성이 나타나 그 해답은 '인문 고전 읽기다'라고 주장합니다. 아니, 세상에! 그냥 책을 읽기만 해도 천재가 되고, 부자가 되고,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단순하고 달콤한 이야기입니까. 대개의 사기가 그렇습니다. 본인의 욕망을 해소해 줄 지름길을 찾다보면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가 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운동에 비유하자면 인문 고전 읽기는 스트레칭이나 체조, 조깅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꾸준히 하면 분명 기초 체력을 올려 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김연아도, 레오넬 메시도, 마이클 조단도 매일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니까 스트레칭만 열심히 해도 당신은 세계적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다.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이제부터 매일 스트레칭을 해라 하루 10시간씩 전투적으로 해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사기꾼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을 길잡이니, 멘토니 하는 건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이지성의 돈벌이 문제인데요. 다른 강연 사업체들의 스카웃 제의를 거부한 것도 당연하지요. 자기가 사장 노릇하며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다른 사업체 밑에 들어가겠습니까. 실제로 영리 법인인 차이 에듀케이션 차려 놓고 자기가 사장 노릇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이지성이 돈벌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돈벌이)에 대한 그의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의 오해가 있었다. 그 내용은 아래 추기에 첨부한다) 기부나 봉사야 자기 신념일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그게 돈에 초연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하고 싶네요. 기부와 봉사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버는 게 악도 아니고, 저는 돈 버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지적할 마음이 없습니다. 다만 사기를 쳐서 돈을 버는 건 곤란하지요.


* 추기 1

  방명록의 비밀 글을 통해 차이 에듀케이션의 김효준씨의 해명을 듣게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차이 에듀케이션의 설립의 주체가 된 사람은 이지성이 아니며, 현재 대표 역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지성은 인문 고전 읽기 봉사 단체인 차이 에듀케이션 설립을 도와 1억 원의 기부를 하고 무료 강연을 한 것 뿐이라 한다. 이에 '이지성이 차이 에듀케이션을 차려 놓고 사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나의 이전 발언을 정정한다. 또한 단체의 현실적인 운영을 위해 비영리 법인이 아닌 영리 법인으로 단체를 설립한 점에 대해서도 그 선의와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다음은 내가 김효준씨에게 한 답변의 내용이다.


  제가 어느 정도 오해를 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효준님 말씀은 차이에듀케이션을 세운 주체는 본인을 비롯해 따로 있으며, 이지성은 그 비용의 일정액을 기부해 준 사람일 뿐 주체이거나 대표가 아니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면 저는 차이에듀케이션을 이지성과 완전히 분리시켜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의아한 부분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일전에 제 글에 덧글을 다신 분의 링크를 따라가 보니 이지성이 쓴 글이 있었는데, 마치 차이 에듀케이션 설립을 자신이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기부자가 아니라 설립자인 양 굴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로서는 차이 에듀케이션이 이지성의 회사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여하튼 그런 인식 하에서 차이 에듀케이션에 대해 했던 저의 정제되지 않은 폄하의 표현들은 사과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성에 대한 저의 비판은 유효합니다.
  김효준님 입장에서는 본인의 활동을 도와 준 중요한 기부자인만큼 그를 안 좋게 바라보기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지성이 자신이 번 돈을 봉사나 기부에 쓰는 것과 별개로 그가 사기적 언술로 책을 써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인문학 교육 단체를 운영하시는 입장이시니 이 점을 더욱 명확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인문학은 비판적 학문이어야지, 독자에게 달콤한 경구나 읊어 주며 허위적인 망상을 제시하여 자기 만족에 빠지게 하는 마약이어서는 안 됩니다. 불행히도 이지성이 하는 행동은 바로 그런 짓이고, 우리 사회의 지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배격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제가 차이 에듀케이션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은 다시 생각을 정리하여 포스팅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 추기 2

  다음은 내가 김효준씨에게 쓴 두 번째 답변의 내용이다. 그가 나에게 쓴 글은 비밀글로 작성되었고, 이를 존중하여 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내 블로그는 시스템상 관리자인 나는 비밀글 자체를 쓸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이상한 시스템이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비밀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외부인뿐이며, 관리자인 나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김효준씨에 대한 나의 답변 역시 공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 


  첫째, 차이 에듀케이션의 설립 취지와 김효준씨의 선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지성씨에게 종속된 단체가 아닌 이상 실제 차이 에듀케이션의 시스템이나 운영 방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저에게 비평의 자격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둘째, 김효준씨에 대해서도 전혀 조롱할 의도가 없습니다. 오히려 나름대로 비전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셋째, 이지성씨의 제자 운운한 이야기나 이런 저런 피해 사례는 제가 한 발언이 아니라 제 블로그를 방문한 방문객이 한 말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고 큰 관심도 없습니다.

  넷째, 하지만 이지성씨에 대한 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지성씨에 대한 비판은 제 학자적 양심에 따른 것입니다. 인문학을 이야기하는데 딱히 자격증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 단, 이지성씨는 허황된 소리로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지성씨는 그냥 인문학이 뭔지를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 떠들고 있고, 심지어 발언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근거도 없고 논리도 빈약한 망상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지성씨의 실체는 '인문학계의 허경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귀 단체에는 불행하게도 이게 사실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인간과 사회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함입니다. 그런데 인문학을 공부한다면서 이지성씨 정도 되는 사이비조차 알아 보지 못하는 안목이라면, 인문학 공부가 우리 지성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용한 것이라는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 인문학이라면 할 필요가 없지요. 저는 이지성씨 같은 사람이 활개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과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합니다.

  김효준씨는 이지성씨에게 단체 설립과 관련해 금전적 도움을 받았고 개인적인 친분도 어느 정도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로서는 굳이 김효준씨를 설득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이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있습니다. 김효준씨는 몇 차례에 걸쳐 차이 에듀케이션의 관계자 몇 분이 이지성씨에 비판적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분들은 왜 그렇게 이지성씨를 싫어하셨을까요? 저는 그분들도 제가 본 것과 비슷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추기 3

2015년 8월 10일 기준 딴지일보에 이지성과 관련한 기사가 실렸는데, 나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딴지일보 기사의 존재에 대해서는 앞선 글의 덧글에서도 소개하였는데, 내 블로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덧글로는 하이퍼 링크가 안 먹힌다는 것이다. 이에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본문 중 하이퍼 링크를 달아 다시 소개하도록 한다.

딴지일보 [비평]40억 작가 이지성의 노하우 대탐구 feat.<생각하는 인문학>

(http://www.ddanzi.com/ddanziNews/30765236)


한겨레21”(2006125인문학은 빈곤층의 희망이다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014000/2006/01/02101400020060125059506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