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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97

영화 "하나와 앨리스" 2004년 개봉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이다. 이와이 슌지는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러브레터"는 일본 대중 문화가 막 개방되었던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거의 최초의 일본 실사 영화이기도 하다. "러브레터"의 반향은 대단히 커서 당시 이와이 슌지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감독으로 군림하였다. 당시 나는 이와이 슌지 감독에 대한 한국 언론의 호들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하나와 앨리스" 관람을 통해 이와이 슌지의 감성이 단순한 거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와 앨리스"는 "러브레터"만큼 관객들에게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건이라는 것은 있지만 드라마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며, "러브레터"가 지니고 있는.. 2015. 6. 2.
영화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스포일러 있음) 2015년 5월 개봉한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이다. 모래, 금속, 화염을 연료삼아 폭발하는 영화이다. 달리고, 부수고, 날려 버린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질주만 하는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대단히 마초적으로 보이는 장르를 페미니즘으로 섬세하게 설계하였고 상당히 많은 상징들을 심어 놓았다. 영화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영화의 타이틀은 '매드 맥스'이지만, 톰 하디가 연기한 맥스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그는 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주체가 아니며, 오히려 사건에 우연히 말려 들게 된 보조자 내지 관찰자에 가깝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이다. 퓨리오사를 비롯해 이 이야기에 등장하.. 2015. 5. 22.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년 4월 개봉한 조스 웨던 감독의 영화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갈수록 만화같아지고 있다. 애초에 만화가 원작이므로 이상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다지 좋은 징조는 아니다. 영화가 표현하는 세계의 실제성 내지 현실성이 점점 얄팍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차피 초능력자니, 괴물이니, 신이니 하는 존재들이 판을 치는 세계이지만 그래도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 현실성을 부여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니 몰입에 방해가 된다. 예를 들어 극중 과학자들이 심각한 듯 나누는 대화 내용만 보아도 아이들이 과학자 놀이 하는 것처럼 나는 그냥 그런 셈 칠 테니 너도 대강 알아들으라는 식이다. 등장 인물이 많아서 그런지 스토리와 액션 모두 산만하다. 여기에 새로 등장한 초인들까지 합세하니 더욱 난잡해진다... 2015. 5. 16.
책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지은이), 이재원 (옮긴이) | 이후 | 2004년 수전 손택은 다른 이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혹은 TV 화면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내 일이 아니다. 나와는 무관한 머나먼 곳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의 윤리성이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애시당초 우리는 남의 고통을 즐기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닐 경우, 우리는 그것을 관조하며 어두침침한 쾌락을 얻는다. 나는 저곳에 있지 않다. 나는 안전하다. 신체가 부서지고 영혼이 짓밟히는 고통도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닐 경우 충분히 미적 감상의 대상물이 될 수 있다. 부서짐의 미학이 작동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 201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