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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97

영화 "주먹이 운다" 2005년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이다. 류승완 감독에 최민식, 류승범 주연.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포스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둘이다. 자신의 존재 의의를 되찾기 위해 뒤늦은 도전을 감행하는 퇴물 복서와 가족사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채 옆도 안보고 질주하는 젊은 복서의 충돌. 이건 시나리오상만의 대결이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기도 했다. 누가 이겼을까? 내가 보기엔 류승범의 판정승이다. 최민식이 나쁜 연기를 펼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었을 적엔 그럭저럭 잘나갔지만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그래서 후배에게까지 모욕을 당할 정도로 몰락해버린 3류 인간 연기는 최민식에게 있어 정형화된 감이 있다. "주먹이 운다"에서의 최민식과 "파이란"에서의 .. 2016. 1. 28.
책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문학동네 | 1999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가 "일식"이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짐직하다.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젊은이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학적이라는 평 때문이다. 실제로 "일식"의 도입부 몇 장을 읽다보면 낯선 용어들이 지면을 어지럽히며 지적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히라노는 움베르트 에코와 비슷한 유형의 작가인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두 소설은 나란히 비교하기엔 곤란한,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형식부터 살펴보자. "일식"을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은 '장중한 의고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글.. 2016. 1. 2.
음식 "을지면옥 물냉면"(서울특별시 중구 입정동) 내가 냉면이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중학교 때였다. 동네 평범한 음식점에서 먹어 본 첫 냉면의 충격적인 새콤달콤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경험은 이후 오랫동안 나에게 '냉면 맛'의 기준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때인가 평양 냉면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맛이 너무 심심해서 보통 사람들은 한 번 먹어서는 제대로 맛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따라붙어 나를 궁금하게 하였다. 당시 읽었던 신문 기사 내용이 아직도 기억난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남북 교류가 물꼬를 튼 시기였다. 신문에는 평양에 간 한 남한의 인사가 그 유명하다는 평양 옥류관 냉면을 먹어본 소감이 소개되어 있었다. 결론은 실망스러웠다는 것이었다. 남한의 자극적인 칡냉면에 익숙한 본인 입맛에는 평양 냉면이 너무.. 2015. 12. 14.
만년필 "오로라 옵티마 크롬 보르도" 오로라는 이탈리아의 만년필 브랜드이다.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개성 있고 아름다운 펜들을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옵티마는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클립의 형태는 소위 '오로라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물방울 형태이다. 다만 모든 오로라 만년필의 클립이 이러한 형태인 것은 아니고, 고급 라인업에 속하는 탈렌툼 이상의 모델에만 이 클립을 채용하고 있다. 저가 라인업은 Y 형태의 클립을 장착하고 있는데, 미적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평범하여 물방울 형태에 비할 바가 못된다. 당연히 상술의 일환이다. 오로라 만년필의 특징은 '억세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경성 닙이다. 아주 단단하다. 단단한 닙으로 치면 파카의 듀오폴드가 대표적인데, 그것과는 다른 느낌의 단단함이다. 칼로 비유를 하자.. 2015.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