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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97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2014년 개봉한 이석훈 감독의 영화이다.영리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 아니다. 고래가 국새를 삼킨 거야 영화적 상상력이라 치더라도, 정도전 등이 이성계에게까지 그 사실을 숨겨 사단을 만든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다. 국새를 찾고자 하는 해적이나 산적의 동기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래를 안 잡아오면 죄없는 백성들을 죽이겠다는 관군의 협박에 굴복하는 해적이라니 황당하지 않은가. 중간에 각본을 수정한 것인지 산적들이 고래 사냥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고래가 삼킨 보물인지 국새인지도 왔다갔다 한다.손예진이 연기하는 여월의 경우는 재미 없고 딱딱한 인물이다. 유들유들하고 능청스러운 남자 주인공 장사정과 대비되는 효과를 노린 듯하나 그렇다고 해도 인물 자체에 별다른 매.. 2014. 8. 21.
영화 "아는 여자" 2004년 개봉한 장진 감독의 영화이다."아는 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싱거운 농담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이런 농담을 무척 좋아한다. 폭소가 아니더라도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드는 자잘한 농담들. 정재영도, 이나영도 캐릭터를 잘 살린 좋은 연기를 했다.스토리의 개연성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일단 경찰들이 아무 증거도 없이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수색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도대체 경찰들은 도둑이 정재영의 집에 들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장물아비를 잡겠다면서 그 많은 경찰들이 잠복도 안 한 채 우글거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직업이 뻔한 정재영을 잡기 위해 야구장으로 찾아가지 않은 것도 말이 안 되고, 정재영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출두하지 않고 경찰들이 우글거리는 .. 2014. 8. 20.
영화 "26년" 2012년 개봉한 조근현 감독의 영화이다. 강풀의 웹툰 "23년"이 원작이다.정치적 문제로 영화가 아주 힘들게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이 썩 좋지 않음에도 관람했는데, 예상대로 아쉬움이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분노의 대상인 '그 사람'의 존재를 제시하고, 그를 처단하려는 극중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케 하고자 한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에 대한 이해나 공감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감정이 먼저 느껴지니 문제다. 영화는 관객들이 미처 감정을 쌓아 올리기도 전에 분노나 슬픔을 당위로서 제시하는데, 이게 상당히 몰입을 방해한다. 만약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마음 속에 어떤 동요를 느꼈다면 연출의 힘이라기보다 현실 세계의 부조리함에 대.. 2014. 8. 19.
영화 "거미숲" 2004년에 개봉한 송일곤 감독, 감우성 주연의 영화이다."거미숲"은 파편화된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인 사건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본 배경이 되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물은 아니다. 관객들은 범인이 누군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으며, 감독도 굳이 꽁꽁 감추려하지 않는다. "거미숲"의 매력은 범인을 색출하는 두뇌게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조각나 논리성을 상실한 한 인간의 의식, 무의식의 영역을 거니는 데 있다.영화는 잔잔한 리듬을 타고 진행된다. 영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아름다우며 시적이다. 스토리의 복잡성, 신뢰성이 가지 않는 기억의 조각들은 "메멘토"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메멘토"처럼 흐트러진 기억들을 하나로 꿰어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미숲"의 아름다움.. 2014.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