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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3 19:55 단상과 잡담

  나는 애초에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이 사건을 대할 때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고 여겼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뒤늦게 밝혀진 당시 정황을 알게 된 후에는 총여학생회가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성폭행 상황을 녹음했다는 테잎과 피해자 치마에 묻어 있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정액. 이 정도 증거물이 확보되었다는 정보를 접했다면 100에 99명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유죄라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녹음 테잎을 짜집기해 재판부를 속이고 누군가를 무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짜집기는 들통났다). 황우석 교수 사건과 비교한다면, 피디수첩이 '황우석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밝히는 방송을 하겠다고 예고했을 때 100에 99명은 피디수첩이이성을 잃고 위험한 시도를 한다고 생각했다. 명망 있는 과학자가 전세계를 상대로 그런 터무니 없는 사기를 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상식들은 모두 깨어졌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처럼 상식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므로 나는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교수가 유죄임을 확신하고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해 납득을 한다.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었고, 아마도 교수는 무죄로 판결이 날 것 같지만,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상식에 부합하고 명명백백해 보였을 '조작된 증거들'을 감안하면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취했던 행동이 섵부른 짓이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또한 현재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분명한 사과나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는 것도 납득한다. 그동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주장한 바가 있기 때문에 반전된 상황을 쉽사리 인정하기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굳게 믿고 있던 '상식이 눈 앞에서 무너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 되도록 신중한 태도를 취하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신들의 상식을 과신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를 비난했다가 지금과 같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앞서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단 재판 결과가 확실히 나올 때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보류하는 것은 타당성을 가진다. 앞으로 재판정에서 교수가 무죄임이 밝혀지고 교수를 고소한 여인이 무고를 한 것이 확정된다면, 그때 가서 진솔한 태도로 사과를 하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희대 총여학생회, 더 나아가 여성운동 전반에 대한 비난과 노골적인 혐오의 감정 표출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 사건의 정황에 대한 차분하고 합리적인 접근에 앞서 평소 곱게 보지 않았던 단체에 대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달려들어 공격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이 여성운동의 실천과 행동전술에 있어서 좀 더 현명하고 섬세한 방법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기랑 k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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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 서정범교수님 2016.12.06 12:41 신고  Addr Edit/Del Reply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하세요.
    70대 후반의 명망있는 노교수가 이름모를 무속인여자에게 성폭행혐의로 고소당했다면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 함부로 행동했으면 안되는겁니다.
    그리고 70대 후반의 늙은 교수가 성폭행이 가능하기나 합니까? '
    유죄판결은 법원에서 하는겁니다.
    왜 그걸 총여학생회가 결과도 나오기전에 확신을 합니까?

    • 기랑 kirang 2016.12.08 10:58 신고  Addr Edit/Del

      물증은 나왔습니다. 다만 그게 조작된 것이었지요. 이 글은 물증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보여 주었던 행동은 당시 상황에서는 납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비판받아야 할 점은 오히려 물증이 조작되었음이 판명된 이후에 보여 준 태도입니다. 무고가 밝혀진 이후에도 사과를 하지 않고, 뭉개고 넘어갔지요. 이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입니다.

  2. 아하 2016.12.25 14:55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렇구나. 그냥 의심만가지고 사람 인생을 일단 죠져놓고 봐도 되는구나. 아직도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거에서 참 대단하네요.

  3. 아하/ 누구나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최순실에 사태에 대하여 재판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매단계마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입니다. 경희대학교 여총을 비판할 수는 있는데, 그러려면 최종적으로 진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자신들의 오류를 사과를 하지 않은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왜 재판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인격살인을 하였냐는 식으로 비판한다면, 우리는 모든 사회적 사건에 대해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4. 무죄추정의 원칙은 쌈싸드셨어요? 그리고 최순실건은 국가지도자가 일개 민간인 아줌마와 국가기밀을 공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자체가 문제가 된것이고 그것이 법 상으로 죄가 되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인겁니다. 최순실 사건으로 나라가 완전 혼란에 빠진걸 보면 알수있듯이.. 반면 서정범 교수 사건은 증거 와 재판의 판결이 어떻냐는 것이 사건의 본질을 정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함부로 죄가 있니 없니 해선 안되는 것이구요

    • 기랑 kirang 2018.06.04 17:51 신고  Addr Edit/Del

      모든 범죄에 대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대입하는 분이라면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는 그렇지 않죠. 어느 쪽 입장이든 아전인수격의 해석은 곤란합니다.

  5.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해서 무시되어선 안되겠죠?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게 왜 있겠습니까 증거와 증언이 만의 하나 거짓이나 조작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비롯한 전문가의 분석과 해석을 통한뒤 최종적으로 판단해 죄의 여부를 가려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하면서 가해자도 정확하게 밝혀내기 위함인데, 법을 다루는 사람들도 이렇게 신중한데 사건 관련자도 아닌 사람들이 한쪽 말만 듣고 무조건 가해자로 몰아붙인게 어째서 합리적이고 납득할만한 의심이 될수있을까요? 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여성운동에 대하여 비난과 혐오가 확산되어선 절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운동의 과정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도 없어야겠죠 인정할건 인정하고 사과할건 사과하고 넘어가야 여성운동의 다음 행보에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 낼수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랑 kirang 2018.06.05 11:09 신고  Addr Edit/Del

      이명박이 지금 여러 범죄 혐의를 받고 재판 받고 있지요? 하지만 재판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우리는 입 꾹 다물고 비판하면 안 되겠네요? 또 요즘 대한항공 총수 일가 사람들 조사받고 있지요? 이건 재판조차 시작 안 했으니 이 역시 우리는 입다물고 비판하면 안 되겠네요?

      물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합리적이고 충분한 증거가 모였다고 판단된다면 재판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대며 비판 행위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은 별로 좋은 논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양날의 검이에요.

      저는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일정 부분 잘못을 저질렀다고 봅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현실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죠. 이 오류에 대해서는 반성과 사과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경희대 여총이 성폭행 피해자라 주장하는 무속인의 편에 서서 가해자로 지목된 서 교수를 비판했던 것은 그 당시 상황에서는 나름 확신을 가질만한 근거가 갖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정액과 성폭행 당시의 녹음 테잎까지 확보되었다는 정보를 접한 상황을 고려해야죠.

      경희대 여총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무고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자신들의 오류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이나, 상황 대처 매뉴얼을 수정하지 않은 데 초점을 맞추어야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대며 그 이전의 활동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6. 이명박, 대한항공 총수일가 건은 이사건과 비교하기엔 예 가 적절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일단 이명박은 전 대통령 입니다 혐의 자체가 비판의 대상 입니다. 정치인 이 말한마디 잘못해도 죽이니 살리니 하는데 무려 전대통령이 었던 사람이 범죄혐의가 있는데 오죽할까요 그리고 총수일가 건은 조현민의 물컵갑질 이명희 의 갑질동영상 총수일가의 밀수입 의심기록 등등 여러가지 혐의 중 일부분은 스스로 인정한것도 있고 내외부의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도 있습니다.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요 님이 말한 합리적인 비판이요.. 이러하니 이런 경우엔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대며 따질상황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왜 아니냐면 한때 권력자 였고 또 사회지도층 으로서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큽니다 그러니 법과 대중의 엄격한 잣대로 항상 견제를 받아야 되고 받아왔죠 죄가 있다 없다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결함이 있냐없냐가 더 중요한 사람들 이란 뜻입니다. 반면 서정범 교수건은 그런 세계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노교수 입니다. 그리고 범죄 특성상 무고 가 나올수도 있는 경우구요 그러니 이 사건의 경우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땠는지를 보면 그 신중하지 못함이 더 안타깝죠, 교수 나 총여학생회나..

    정액샘플, 녹취록 제가 봐도 그 당시엔 교수가 가해자로 보이는데 결정적이고 확실해 보이는 증거 라는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학생개인도 아닌 총학생회 쯤 되는 단체라면 그들의 입장이 몇 명의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지 안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원칙만 지켰다면 이렇게 교수가 죽음을 맞이하고 본인들도 난처하게 사과를 해야되는 상황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사과를 하지않은 점에만 초점을 맞추라고 하셨죠? 그전에 사과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했어야죠 일단 말하고 나중에 일 이 잘 안풀리게되면 사과하면 되겠지라는 태도가 올바른 태도겠습니까 상식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사과 조차도 않했죠
    결론은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도 나름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이 사건때문에 여성단체의 활동이 위축되진 않았으면 하구요 님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사람일인데 어찌 다 만족하겠습니까

  7. 나그네/ 요즘 언론을 보면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한 교수들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옵니다. 알량한 권력을 이용해서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고, 학생회는 약자로 보이는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재판이라는 것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적 발언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 현실과는 괴리된 이야기라는 겁니다.

    다만 학생회가 이런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건 상호 동의하는 부분이니 굳이 더 논쟁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