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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노트

선덕여왕 덕만과 비담의 충격적인 나이 대공개

by kirang 2009. 9. 19.

 이 글은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발견한 등장인물 간 나이 설정의 오류를 다룬 글이다.

  9월 14일에 방영된 "선덕여왕" 33회분을 보면 비담이 자신과 덕만의 사주가 적힌 종이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동영상을 돌려 보다가 예상치 못했던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이건 덕만의 사주이다. '인명'은 덕만의 본명으로, 쌍동이 언니인 천명과 쌍을 이루는 이름이다. 태어난 해가 임술년으로 되어 있다. 간지책을 보니 임술년은 진평왕 24년이고, 서기 602년이다. 벌써부터 이상하다. 드라마 상에서 덕만과 천명이 태어나는 건 진평왕의 즉위 직후로 되어 있다. 전왕인 진지왕이 미실에게 쫒겨날 때 마야부인이 납치되었다가 임신한 채 돌아와서 쌍동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설마 천명과 덕만은 24년이나 엄마 뱃속에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그 다음은 비담의 사주이다. 형종은 비담의 본명. 태어난 해가 건복 1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건복은 진평왕의 연호로, 바로 진평왕 6년에 해당한다. 서기로는 584년. 그런데 어라?

  비담과 덕만의 나이차가 무려 18살이나 난다!!! 실제 역사 기록을 들이댄 것도 아니고, 대충 추정한 것도 아니고, 작가가 콕 집어서 알려준 생년으로만 따져도 그렇다! 
  

  이 화면상에 보이는 덕만은 1살, 비담은 이미 19살이라는 얘기가 된다. 비담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 동안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드라마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로 김춘추가 태어난 해가 진평왕 26년, 604년이라는 것이다. 김춘추의 엄마인 천명이 602년에 태어났는데, 아들인 김춘추는 604년에 태어난 것. 정말이지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대체 어디에서 틀어진 것일까. 일단 비담이 진평왕 6년에 태어났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드라마 1편에서 미실은 어린 비담을 안고 진지왕 앞에서 이렇게 자기를 버릴거냐고 시위까지 했다. 그리고 진지왕이 끝내 미실을 황후로 삼는 것을 거부하자 비담을 버리고 진지왕을 폐위시켜 버린다.

  이로 추정해 보건데 비담이 태어난 건 진지왕이 물러나고 진평왕이 즉위한 기해년, 579년이 되어야 맞다. 그리고 드라마 내용상 덕만은 그 다음해인 경자년, 580년생이 되어야 한다. 순수하게 드라마의 내용만 따라가도 덕만은 지금 사주에서 밝혀진 나이보다 42살은 더 먹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엉터리 설정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진평왕의 실제 재위 년수가 54년이나 되기 때문에 덕만의 나이를 늦추지 않고, 드라마 내용대로 진평왕 1년 내지 2년에 덕만이 태어난 걸로 가면 이요원은 할머니 분장을 하고 왕위에 올라야 한다. 그게 비주얼 면에서 탐탁치 않으니까 덕만의 나이를 한 42세나 뒤로 늦춰버린 것이다. 

  "선덕여왕" 33회 방영 기준 김춘추의 나이를 대충 15살이라고 치고, 천명이 15살 때 김춘추를 낳았다고 치면, 현재 덕만의 나이는 대충 30세 언저리로 볼 수 있겠다. 사주에서 덕만이 602년생으로 나왔으니까. 그러면 "선덕여왕" 33회 방영 당시 이야기가 진행되는 연도는 632년이 되겠다. 그런데 진평왕이 죽고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르는 게 바로 632년이다. 1~2년 오차가 있을 순 있겠지만 기가 막히게 꿰어 맞춘 셈. 이제 덕만이 분장 같은 거 없이 젊은 모습으로 왕위에 오르는 게 가능해졌다.

  실제 역사가 어떻다를 따지기 이전에, 이 드라마는 드라마 내에서도 시간과 나이가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있다. 그리고 그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 이건 역사왜곡을 떠나서 순수한 이야기의 완성도 측면으로만 접근해도 비판받을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내적인 완결성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아무튼 결론은 비담과 덕만의 나이차는 18살이다. 덕만의 나이는 30세, 비담의 나이는 48세로 추정된다. 그리고 아직도 팽팽한 피부를 자랑하는 비담의 엄마 미실의 나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