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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홍콩레옹"

by kirang 2009. 5. 20.

  1995년에 개봉한 유진위 감독, 주성치 주연의 영화이다. 

  내가 주성치 영화를 처음 접한게 아마 "도협"일 것이다.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배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더랬다. 주성치라는 '인물'을 주목하게 된 것은 "당백호점추향" 때부터였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주성치라는 이름 석 자를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었고, 그의 대표작 "서유기:월광보합"과 "서유기:선리기연"을 보게 된 후부터는 주성치 이야기만 나오면 엄지손가락부터 치켜드는 팬이 되고 말았다.

  주성치 영화를 본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혐오하는 사람과 열광하는 사람. 논리와 합리성을 완전히 배제한 시나리오와 싸구려 티 물씬 나는 화면, 지저분한 개그. 일반적인 영화라면 저질이라는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모자랄 영화 구성이 주성치 영화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뻔뻔스러움이 주성치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성치 영화에는 루저의 찌질한 감성과 약자의 비애가 배어 있어, 웃는 와중에도 어딘가 모를 슬픔이 동반되곤 한다. 내가 주성치 영화에 끌리는 이유다. 과거와 달리 상당한 자본이 투입된 "소림축구"를 비롯하여 최근 주성치 영화에는 예전의 터프함과 야생성이 사라진 듯 하여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있다.

   "홍콩레옹"은 1995년작이다. 한국 제목은 "홍콩레옹"이지만 이 영화의 실제 제목은 "회혼야(回魂夜)"이며, 영어 제목은 "Out Of The Dark"이다. 영화 시작할 때 제목이 뜨는 걸 보며 설마 했는데, 역시 영화의 내용은 레옹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주성치의 복장이나 그를 따라다니는 막문위의 헤어스타일 등이 레옹을 패러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의 내용은 레옹과 전혀 무관하다. "홍콩레옹"이라는, 영화의 실제 성격과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엉뚱한 제목은 그래서 불만이다. 당시 흥행에 성공했던 레옹의 이름에 기대어 관객수를 늘리고자 머리를 굴린 수입사의 속내가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이 영화의 본질은 코미디+호러 영화다. 피가 튀기는 건 물론 제법 충격적인(?) 신체훼손 장면도 나온다. 주성치는 여기에서 귀신을 잡는 퇴마사를 연기하는데, (당연하게도) 싸이코 같은 역을 터무니없이 잘 소화해낸다. 홍콩 특유의 문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종종 보이지만 영화감상엔 별 문제가 없다. 굉장히 뻔뻔스러운 코미디이면서도 어울리지 않게 가슴 뭉클한 장면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서유기" 시리즈 다음으로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성치 영화이다. B급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